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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의경제라운지] 통화당국의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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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2 21:14:10 수정 : 2015-10-02 21: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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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현재의 0∼0.25%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미국의 경기를 어느 정도 반영한다는 주가가 다우지수는 0.39% 하락하는 등 혼조세를 보였다. 연준은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게 유지하기로 했는데 오히려 경기를 반영한다는 주가지수는 오르지 않은 셈이다. 이런 현상이 통화당국의 고민을 깊게 만든다.

경기변화가 너무 급격하면 경제주체들은 의사결정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특히 불경기가 오면 경제활동이 위축돼 사람들은 우울하게 된다. 경제정책당국이 경기 둔화에 대응해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다. 그중 통화정책은 미국에서는 연준,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이용해 결정한다. 불경기에는 금리를 낮춰 돈을 빌리는 비용을 낮춰주고 이를 통해 사람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투자와 소비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통화당국의 의사결정은 자주 그 의도와는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
거시경제의 변화는 한두 사람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고 모든 사람의 결정이 모여 이뤄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가 사람들이 경기 변화에 대해 갖는 기대이다. 즉 경기가 좋아지리라고 기대하면 경제활동을 늘리고 반대의 경우엔 줄이려 한다. 그런데 통화당국이 금리를 낮게 유지하는 것이 현재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그런 조치가 내려졌다는 식으로 해석이 되는 경우 자본비용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경제정책 당국이 정책을 운용하는 데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사람들이 경기에 대해 갖는 기대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고 그 모두가 나름대로 올바른 판단이라 믿는 데 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만일 은행이 기업에 돈을 빌려줬다가 만기가 돼 대출을 연장할 것인가를 결정한다고 가정하자. 은행이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기대를 가지고 만기연장을 해주지 않으면 기업은 돈을 갚아야 하므로 자산이나 제품을 싼값에 급매해야 하고 그 결과 기업의 상황은 정말 나빠질 수 있다. 반대로 은행이 기업의 상황에 대해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만기연장을 해주면 기업은 계속 물건을 생산하고 판매해 이윤을 남길 수 있다. 즉 은행이 기업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에 따라 대출만기 연장이 결정되는데, 이러한 기대는 그 자체로 충족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렇게 은행의 결정에 따라 모든 것이 정해진다면 문제는 간단하고 은행은 항상 긍정적인 기대만 하면 잘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가끔 은행이 대출연장을 해도 기업의 상황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어서 은행이 손해를 볼 수도 있다면 은행은 마냥 긍정적으로만 행동할 수도 없다.

통화당국의 가장 큰 고민은 경제주체가 통화정책 변화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가지게 되는지를 알아내고 또 통제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통화당국은 일반적인 시장참여자와의 소통을 통해 그들의 기대에 대해 알아내고 필요한 경우 그 기대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통화당국은 깜짝쇼를 해서는 안 된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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