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3일 오전 부산의 한 실내사격장에서 여주인을 찌르고 권총과 실탄을 훔쳐 달아났다가 잡힌 홍모(29)씨는 어수룩했다.

우체국을 털려고 사격장에 찾아가 권총과 실탄을 훔쳤다고 진술했지만 범행 당일인 3일은 우체국을 비롯해 금융기관들은 영업을 하지 않는 토요일이었다. 일요일에도 은행은 영업하지 않는다.

홍씨는 "우체국이 토요일 오후에도 문을 여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건 직후 행동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범죄가 발생하면 경찰이 용의자를 특정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

그러나 홍씨는 범행 후에도 휴대전화를 끄거나 버리지 않았다. 홍씨의 선배가 방송에 나온 공개 수배범이 홍씨와 닮은 것을 보고 CCTV에 찍힌 홍씨 사진까지 첨부해 "이거 니(너) 아니제(아니지)?, 행님(형님)이 불안불안하다. ○○야, 대답 좀"이라는 문자를 보내자 "이거 뭡니까?"라고 답장 문자까지 보냈다.

자신이 총기 탈취범으로 특정됐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는데도 홍씨는 휴대전화 전원을 끄거나 버리지 않았다.

결국 홍씨는 택시를 타고 이동하다가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벌인 경찰에 범행 4시간 만에 붙잡혔다.

여주인을 찌르고 나서 사격장 후문으로 달아나 옆 건물과의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고 흉기와 범행 때 입었던 옷 등이 담긴 가방을 버리고 간 것도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범행도구는 사건 현장에서 되도록 먼 곳에 유기하는 게 보통이다.

경찰 관계자는 4일 "홍씨가 초범이고 범행 후 당황한 나머지 강력사건을 저지른 후의 행동이라고 보기에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을 한 게 사실"이라며 "미숙함과 범행 후의 불안한 심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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