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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의청심청담] 가면의 진실과 진실의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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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5 20:58:27 수정 : 2015-10-05 20: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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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으로 국민 감동시킨 복면가왕
정치권 불신·위선의 가면 벗어라
‘복면가왕’이라는 대중가요프로가 방송시청률 최고의 자리에 오르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사람을 뜻하는 ‘퍼슨(person)’이라는 단어에는 가면이라는 뜻도 있다. 얼굴은 이름처럼 어떤 사람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통하지만 전인적인 인격 혹은 진실을 드러내는 데는 부족하거나 부정적일 때도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가면에 열광하고 있다. 가면은 진실을 감추기도 하지만 반대로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하다. 우리 예능계는 가면을 씀으로써 도리어 얼굴의 가면을 벗고 자신감으로 진실의 표현과 한류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이에 반해 정치권은 가면으로 진실을 감추고 위선과 사리사욕에 급급하다. 정치권은 잔머리와 이합집산으로 분당과 파당을 일삼으며 국민을 속이고 스스로마저 속이고 있다. K-팝과 방송드라마가 한류를 주도하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닌 반면 국회와 정치권이 국력을 낭비하고 나라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는 주인(주체성) 없는 국가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국회의원의 10% 이상이 검찰과 법원의 조사와 재판을 받은 등 전과자가 될 판국이다.

복면가왕은 서바이벌 대결 프로이다. 실력 있는 가수들이 진검승부로 실력을 겨루는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에 이어 나온 변형된 대중음악프로로 가창력만으로 승부한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복면가왕 프로는 왕년의 인기가수나 노래를 인정받지 못한 젊은 가수에게 존재과시나 반전의 기회가 되고 있다. 출연 이유도 가지가지이다. 비주얼 시대에 얼굴이 못 생겨서 인기가수가 된 가수, 반대로 잘 생겨서 가창력이 묻힌 가수도 있다. 한때 아이돌가수나 걸 그룹이 립싱크와 춤으로 가창력을 숨기고 있다는 비난을 일축하고 메인보컬이 복면가왕에 등극하는가 하면 계속해서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아이돌가수와 걸 그룹들은 불후의 명곡 등에서도 색다른 편곡과 독창적인 곡 해석으로 국제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복면가왕에서 재차 노래솜씨를 증명함으로써 K-팝의 명성이 그냥 얻어진 것은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과연 ‘실력 대한민국’을 자랑하고 있다.

한국 사람은 이탈리아와 자웅을 겨룰 수 있을 정도로 ‘노래 잘하는 민족’으로 세계에 알려져 있다. 복면가왕에는 전문가수가 아닌 방송예능인·뮤지컬가수·스포츠맨 등이 출연해 프로가수를 뺨치는 노래실력을 뽐내고 있다.

요즘 ‘복면가왕’을 비롯해서 복면을 쓰고 여성의 아름다운 ‘뒤태미인’(Back beauty)을 뽑는 ‘미스섹시백’(2015년 제2회)대회 등 복면을 이용한 연애프로와 각종대회가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복면프로와 대회는 복면을 씀으로써 인간의 다면적인 진실과 몸의 본능과 본질에 다가가는 한국문화의 힘을 뽐내고 있다. 복면이 문화 전반에서 일종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방송가에서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이어 ‘아빠를 부탁해’ 등 리얼버라이어티, 리얼예능 프로가 인기를 얻다가 가면프로로 반전한 이유는 한국생활예능문화의 자신감의 발로이다.

예능스포츠계의 진실에의 접근과 달리 정치권은 여전히 자신감이 없는 가운데 이데올로기의 뒤에서 정체성을 감추고 있다. 국회의원을 비롯해 한국정치권은 사회주의운동 초창기의 프티부르주아 역할과는 정반대로 ‘프티프롤레타리아’라고 이름을 붙여도 좋을 정도로 국민을 배반하고 있다.

마르크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의 견인차가 된 지식인 계급을 프티부르주아라고 말했는데 한국사회에서는 거꾸로 프롤레타리아를 이용해 부르주아 삶을 누리는, 프롤레타리아 흉내를 내는 프티프롤레타리아 현상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프티프롤레타리아의 대표적인 족속이 바로 귀족노조와 귀족국회의원, 그리고 종북세력들이다. 귀족노조는 높은 임금으로 귀족처럼 살면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하는 대기업 노조간부들과 노조원들이다. 또 귀족국회의원이라는 것은 말로는 국민을 위한다고 선전하지만 실지로 사리사욕과 권력유지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모리배에 해당하는 국회의원을 말한다. 이들은 겉으로는 못사는 국민들의 권익옹호와 사회적 평등을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강화 밖에 다른 관심이 없다. 종북세력들은 남한의 경제적 발전과 혜택을 누리면서 의식적으로는 북한을 주체로 섬기는 ‘이데올로기의 배반자’들이다. 이들 가운데는 심지어 반체제를 하는 것이 야당의 역할인 양 착각하기도 한다.

예능스포츠계의 가면을 통한 진실에의 접근과 정치권의 진실을 감추기 위한 가면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원동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프롤레타리아의 가면을 쓰고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력과 복지와 혜택만을 누리는 정치권의 세력들은 ‘실력 대한민국’과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이제 일 자체를 놀이처럼 신명하게 대하는 ‘놀이(축제)의 사회’를 향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에 예능계는 물론이고 정치권의 활동이 기대된다. 정치권도 예능계처럼 자신감과 함께 진실의 활기를 되찾기를 바란다.

박정진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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