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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치가 문화 억압… 방송서 한류 자취 감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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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5 20:44:46 수정 : 2015-10-05 20:4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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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일본내 K-팝 최고 전문가 후루야 마사유키 “15년 넘게 한국의 대중문화를 일본에 소개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최근 2년 동안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매스미디어 노출은 줄었지만 현장 감각으로 볼 때 한류의 인기는 여전하다. 세대교체가 잘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

일본 내 K-POP(케이팝)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후루야 마사유키(古家正亨·41)의 진단이다. 한류 관련 TV·라디오·인터넷 방송, 한국 가수와 영화배우의 일본 내 쇼케이스와 팬미팅 진행 등을 통해 ‘지한파 연예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를 지난달 30일 도쿄 신주쿠에 있는 그의 소속사 선뮤직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지난달 26일 도쿄 히비야공원에서 열린 ‘한일축제한마당’도 그가 메인 MC를 맡았다.

일본 내 K-POP(케이팝)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후루야 마사유키가 지난달 30일 도쿄 신주쿠에 있는 자신의 소속사 선뮤직의 사무실에서 일본 내 케이팝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1997년 캐나다 유학시절 만난 한국인 친구들의 영향으로 한국 음악에 매료된 그는 곧장 한국으로 건너가 1년반 정도 살며 한국의 문화를 체험했다. 1999년 홋카이도 FM 노스웨이브에서 ‘비츠 오브 코리아’(Beats of Korea)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 지금까지 주로 한국의 인디 음악을 소개하고 있다. 애청자들이 음반을 쉽게 구할 수 있도록 자신의 이름을 딴 음반 회사 ‘올드 하우스’를 세우기도 했다. 회사 설립 후 두 번째로 음반 작업을 한 가수가 싱어송 라이터 허민(34)이며, 2009년 그의 아내가 됐다.

후루야는 “5년반 동안 진행해 온 지상파 NHK BS11의 ‘한(韓)러브’ 프로그램이 9월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어 “일본에 마지막 남은 한류 정보 TV 프로그램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며 “한류가 한창이던 2012년 TV와 라디오를 합쳐서 전국에 방송되는 8개 프로그램을 맡고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남은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일본에서는 문화와 정치가 별개로 여겨졌으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나도 ‘한국의 좋은 이미지를 전달하려는 방송을 일본인이 왜 하느냐’는 항의를 받기 시작한 게 2년쯤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광고주를 압박해 민영 방송사들은 일찌감치 한류 관련 방송을 중단했고, 광고주와 관계없는 NHK도 결국 소수의 악성 민원에 손을 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루야는 “최근 한국 가수의 음반 판매 실적이 떨어지고 대중매체에서 예전보다 덜 다뤄져 한류의 인기가 시들해졌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한류의 인기는 변함이 없다”고 단언했다. 오리콘이 발표한 지난해 콘서트 동원 관객 수를 보면 상위 50개팀 중 10개팀이 한국이며, 톱10에는 동방신기와 빅뱅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지상파가 방송을 포기했지만 한류는 여전히 인기가 있고 정보를 원하는 사람이 있다”며 “정보를 얻는 방법이 방송에서 인터넷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본 내 케이팝이 세대교체 과정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동방신기, 2pm, 빅뱅 등 ‘베테랑 그룹’은 오랫동안 인기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들을 좋아하는 팬의 연령층은 10대부터 중년층까지 다양하다. 그중 20대 이상은 경제력도 있어 음반과 콘서트 티켓 소비도 활발하다. 그러나 엑소나 방탄소년단 등 최근 일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신세대 그룹’은 팬이 주로 10대다. 경제력이 부족하다. 이들의 소비문화는 유튜브와 뮤직비디오, 인터넷 음원이다. 후루야는 “10대 팬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신세대 그룹의 인기는 실제로 엄청나다”며 “하지만 비즈니스 차원에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케이팝은 정치나 비즈니스와 상관없이 일본에서 이미 하나의 문화 장르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쩌면 지금 한류의 제2시대가 시작되는 것일지 모른다”며 “이를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한·일 관계자들과 함께 길을 찾고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도쿄=글·사진 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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