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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중국으로 눈돌리는 조종사들의 깊어가는 고민

입력 : 2015-10-10 05:00:00 수정 : 2015-10-10 13:3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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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베테랑 조종사 김모(54)씨는 요즘 외국계 항공사로의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지난해 동료 조종사가 중국 국적의 항공사로 이직한 뒤 상당히 만족하고 있는 모습을 봤기 때문. 김씨는 “최근 이직하는 동료들을 볼 때마다 중국 항공사들이 조종사 대상으로 이직 설명회를 개최하는 자리에 찾아가 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중국과 중동 항공시장·항공사들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조종사들 스카우트에 적극 나서 국내 항공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베테랑 조종사들을 다 빼앗기는 데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조종사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한국인 조종사 퇴사자가 최근 들어 급증하는 것이 수치로 확인됐다. 중국이 항공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연봉을 최고 4억원대까지 부르는 등 파격적인 조건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기 때문.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상희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대한항공의 한국인 조종사 퇴사자는 2013년 26명에서 2014년 27명, 올해 1∼7월 42명으로 급증했다.

대한항공은 신규 여객기를 도입하면서 올해 한국인 조종사 105명을 채용하는 등 총원은 작년보다 소폭 늘렸지만, 퇴사자가 급증하면서 내부적으로 술렁이는 분위기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한국인 조종사 퇴사자가 ▲2013년 24명 ▲2014년 31명 ▲올해 1∼7월 29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대한항공의 내국인 조종사 근속연수는 16년, 아시아나항공은 14.1년이다. 대한·아시아나와 5개 국적 저비용항공사 전체 수치로 보면 한국인 조종사 퇴사자는 ▲2013년 111명 ▲2014년 155명 ▲올해 1∼7월 138명을 기록했다.

현재 7개 항공사의 조종사 총원은 한국인 4631명과 외국인 543명이며, 작년보다 한국인 조종사만 100여명 늘어난 수준이다. 퇴사한 한국인 조종사들은 국내에서 자리를 옮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중국행을 선택하고 있다.

대한항공 경력 15년 기장의 평균 연봉 실수령액은 1억5000만원 안팎이지만 중국 항공사들은 연봉 2억∼3억원 이상, 최근에는 4억원대를 부르는 항공사까지 나타났다.

중국 항공사측의 세금 부담과 주택, 자녀 교육지원 등 다른 혜택을 모두 고려하면 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2∼3배 버는 셈이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에 중국으로 향하는 조종사가 늘고 있다.

한편 조종사들의 월 평균 비행 근무시간을 보면 제주항공이 72시간2분으로 압도적으로 길고, 장거리 노선이 많은 대한항공이 63시간54분으로 2위다. ▲에어부산은 62시간59분 ▲아시아나 58시간 ▲티웨이 57시간40분 ▲이스타 56시간28분 ▲진에어 50시간54분 순이다.

김 의원은 "숙련된 조종사 한 명을 양성하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과 재원이 투입되는 만큼 국외로 인력유출이 더 심화하지 않도록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중국 국적 50여개 항공사들이 파격적인 조건으로 한국 조종사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한국 조종사들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다른 아시아권 조종사들보다 영어도 능통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선호하는 추세다. 이런데다 사측의 세금 부담과 주택, 자녀 교육지원 등 다른 혜택을 모두 고려하면 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2∼3배 버는 셈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중국으로 이직한 한국 조종사들은 높은 연봉은 물론, 중국 항공사의 조종사 연령대가 젊어 탈권위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라는 점과 한국보다 수월한 근무환경을 장점으로 꼽는다.

항공안전정책연구소 측은 "중국은 일본과 같은 짧은 거리를 운행해도 조종사 2명씩 총 4명이 탑승해, 한 팀은 갈 때 조종하고 다른 팀은 올 때 조종하는 방식"이라며 "이 때문에 조종사들의 업무 피로도가 덜하고 사고도 적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5년간 전세계 항공기 운행 100만건 당 사고비율이 평균 0.58건인 반면, 중국은 0.06건을 기록해 평균보다 10배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국내 조종사들이 실제 중국행을 대거 선택하면서 국적기 조종사 수급에 ‘적색 신호등’이 켜졌다.

대한항공에서는 올해 들어 50여명이 사표를 냈다. 사표를 낸 기장 대부분은 중국으로 이직했거나 절차를 밟고 있으며, 부기장은 국내 저비용항공사나 중국 외 외국 항공사를 선택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최근의 이직 사태가 심각하다고 보고 성명을 내기도 했다. 노조 측은 "기장들은 현격한 급여 차이 때문에 외국 항공사로, 부기장들은 늦어지는 기장 승급 때문에 저가항공사로 이직을 고민한다"며 "기장들은 지난해 기본급 3.2% 인상 후 더는 노력하지 않는 회사에 실망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게 시판에도 중국으로 이직을 고민하는 글이 넘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1년에 70∼80명의 기장이 양성되는데 최근 들어 너무 많은 기장이 중국으로 유출되고 있다"면서 "기장 수급문제는 항공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조종사 유출을 방지할 수 있는 근무여건 개선 등 획기적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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