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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의 카타르시스, 김정민의 ‘흥보가’

입력 : 2015-10-06 14:34:06 수정 : 2015-10-06 14:3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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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공연을 할 때 폭발적인 반응에 놀라곤 합니다. 음의 높낮이가 파격적이라는 평을 들어요. 기립박수도 자주 나오죠. 요즘 젊은 친구들이 퓨전국악을 하는데, 전통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국악은 보편성을 가지는 음악, 바로 흥이 있기 때문입니다.”

국악인 김정민은 구김 없이 맑으면서도 한이 담긴 소리가 공연장을 가로지른다. 가는 길을 제대로 알고 가는 소리는 먼저 관객의 흥미를 돋운 후 삶의 희로애락을 기막히게 풀어놓는다. 판소리에 대한 편견을 깨고 관객들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무대와 객석이 하나 된 명창 김정민의 완창공연 ‘흥보가’가 지난 2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됐다.

사람들은 국악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막연히 ‘우리 것’이라는 타이틀만을 내세워 추종하기에는 진부하고 고리타분하며 어려운 것 투성이라는 인식을 허물어버릴 계기가 대중들에게는 많지 않았다. 김정민의 무대가 중요했던 것은 탁월한 기량으로 우리 소리의 진수를 보여주었다는 것 외에도 관객을 설득시켰다는 데 있다. 국악이라는 단어가 주는 고정관념과 무대 위에 실재하는 판소리가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경험할 때의 환희로 객석은 뜨거웠다.

김정민이 소개한 ‘흥보가’는 동편제 판소리로, 섬진강 잔수의 동쪽지역 명창들에 의해 완성되어 구례, 남원, 순창, 곡성, 고창 등지에서 성행한 판소리이며, 19세기 전기 8명창으로 꼽히는 가왕 송흥록을 중심으로 전해지는 소리법제다.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소리 자체를 통성으로 힘 있게 내질러 소리하는 것이 특징이다. 김정민은 산뜻하면서도 정겨운 정서가 가득한 소리로 삶의 애환을 호소력 있게 전달했다. 특히 내용이 걸쭉하고 판소리 외의 음악양식이 거칠게 담겨있어 점잖은 소리판이나 여류명창은 부르지 않는 전통이 생긴 ‘놀보박 대목’을 멋지게 이어 완성시켰다.

단아하면서도 세련된 이목구비, 40대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의 동안 소유자로 이목을 집중시키지만 사실 그녀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국악에 입문해, 올해로 36년의 경력을 보유한 ‘진정한 장인’이다. 남자도 소화하기 어렵다는 3시간 이상의 판소리 완창공연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는 김정민의 이번 공연은 창자와 소리 그리고 관객이 하나가 되어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판소리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오페라식 전통 판소리 공연이었다. 혼자서 일인 다역을 완벽히 소화해 모노드라마(monodrama)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뉴욕 카네기홀과 호주 오페라 하우스에서도 판소리 공연한 바 있는 김정민은 실제로 체코슬로바키아 세계 연극제에서 모노드라마 대상을 수상한 경력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무대는 대중가요와 서양음악에 묻혀 점점 설 자리를 잃어 소외되어 가고 있는 우리 전통음악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고 국악을 발전시키기 위한 김정민의 소명이 담겨있어 그 의미가 남다른 공연이었다.]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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