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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나지 않는 약자… ‘내부장애인’도 배려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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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6 21:23:09 수정 : 2015-10-06 21: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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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황정희 내부장애인협회 이사장 한국사회에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다. 장애인을 위한 배려와 관련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하면서도, 현실에선 장애인을 차별하는 인식과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외면상 쉽게 식별되지 않는 이른바 ‘내부장애인’들은 더 심한 사회적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내부 장애인은 신장과 심장, 호흡기, 간 등의 기관이 손상되거나 장루·요루, 뇌전증 등의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를 일컫는다. 내부장애는 완치되기 어려운 특성이 있어 일상생활에 커다란 제약을 받고,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고통스러운 일이다.

“아직도 많은 분들이 내부장애인이라는 용어 자체를 잘 모릅니다.”

4년 전 내부장애인협회를 설립해 운영 중인 황정희 이사장(53·여)은 6일 서울 성북구 내부장애인협회 집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사회적으로 내부장애인에 대해 알고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황 이사장은 23년간 병원에서 행정업무를 보면서 내부장애인의 어려운 현실을 목도한 뒤 내부장애인협회를 설립했다. 협회는 내부장애인의 홀로서기를 지원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사업을 진행한다. 그는 협회를 유엔 산하기관인 글로벌콤팩트에 등록하는 등 내부장애인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황 이사장이 병원에서 지금의 협회에 이르기까지 내부장애인들과 함께한 시간은 올해로 27년째다. 그동안 만난 내부장애인만 3000명이 넘는다. 그는 “내부장애인의 어려움을 곁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힘든 일”이라면서 “요루나 장루를 앓고 있는 장애인은 괄약근이 조절되지 않아 인공항문을 통해 배변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서서 가는 것이 불편하지만, 겉으로는 병이 드러나지 않아 자리도 양보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요루나 장루 환자들은 외출 시 배변이 넘치는 것을 우려해 밥을 굶기도 한다고 그는 전했다. 황 이사장은 “그들이 겪는 고통과 그들을 품어주지 못하는 사회를 지켜볼 때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6일 서울 성북구 내부장애인협회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가진 황정희 협회 이사장이 ‘열려 있는 문도 기회지만, 닫힌 문을 여는 것도 기회’라는 인생철학이 적힌 종이를 들어 보이고 있다.
내부장애인들에게 그는 협회 이사장 이상의 정신적 지주다. 장애인 가운데 어린 아이들은 황 이사장을 ‘엄마’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그는 내부장애인이 받는 가장 큰 고통은 ‘사회적 시선’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이해와 배려, 공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부 장애인의 입장에서 그들이 겪는 고통과 불편을 이해하는 것이 배려의 시작”이라며 “제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그들을 하나라고 여기는 생각이 진정으로 그들을 위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우리나라는 감추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가 있어 장애인들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려 애쓴다”며 “외국에서는 내부장애인들이 장애인임을 알려주는 표식을 목걸이로 만들어 걸고 다니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뇌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데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모르면 잘못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를 운영하는 그의 마음가짐은 남다르다. 그는 “단순히 복지시설 예산만으로 협회를 운영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라며 “수익을 창출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복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부장애인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물론, 그들이 필요한 일을 서로 연계해서 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0일 내부장애인을 위해 서울 성북구 개운산에서 ‘평화복지 마라톤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황 이사장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손잡고 함께 뛰고, 휠체어를 밀어주며 하나가 돼서 어울릴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번 대회가 내부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000여명이 참여하는 이번 마라톤대회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3만명이 참여하는 장애인 대회를 준비 중이다.

황 이사장은 “열려 있는 문도 기회지만, 닫힌 문을 여는 것도 기회”라면서 장애가 ‘닫힌 문’처럼 여겨지더라도, 그 문을 연다면 행복한 삶의 기회가 기다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장애인들이 희망을 갖고 건설적인 삶을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내가 이 일을 하는 원동력”이라며 “그들이 사회에서 행복한 삶을 사는 구성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권구성 기자 kus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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