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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에 ‘헬 조선’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조롱하는 젊은이들의 은어다. 지옥을 뜻하는 ‘헬(hell)’과 ‘조선’이라는 단어의 조합으로 탄생했다. 조선은 근대화에 뒤처져 100년 전에 멸망한 봉건국가다. 헬 조선에는 망할 나라란 저주가 배어 있다.

저주의 용어가 온라인을 도배한 데에는 젊은이들의 비관적 사고가 자리한다. 자기가 몸담고 있는 한국 사회가 지옥 같다는 것이다. 청년들의 가슴에 절망의 응어리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를 물고 나온 기득권층과 달리 ‘흙수저’밖에 없는 서민 자녀들의 분노가 녹아 있다. 흔히 청년들은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로 불린다. 여기에다 취업과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5포세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모든 것을 무한대로 포기한다는 ‘N포세대’마저 출현한 형국이다.

젊은이들의 심정은 백번 이해한다. 그렇다고 포기 숫자만 자꾸 늘려가는 태도까지 찬동할 수는 없다. 나라 전체를 싸잡아 비하하는 네 탓의 태도엔 더욱 공감하기 어렵다. 다시 생각해보라. 세상을 저주하는 그대들의 손가락이 향하는 곳은 어딘가. 아버지인가, 이웃 삼촌인가. 아니면 부모와 삼촌이 만든 기성사회인가.

불교에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어미 닭은 밖에서, 병아리는 안에서 함께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알속의 병아리가 껍질 안에서 쪼는 것이 ‘줄’이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은 ‘탁’에 해당한다. 하나의 세계가 부화하려면 이처럼 부모와 자식 간, 기성세대와 젊은층 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여기엔 놓치지 말아야 할 코드가 있다. 알속의 병아리가 껍질을 쪼는 ‘줄’이 먼저라는 사실이다. 병아리가 쪼면 그 소리를 듣고 어미 닭이 바깥에서 돕기 시작한다. 꿈을 향한 자기 행동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삶이 그대들을 속일지라도 세상을 저주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연약한 병아리가 마주하는 껍질은 콘크리트처럼 단단하고 어둠으로 가득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곳이 지옥은 아니다. 자기 주변을 모두 지옥으로 단정해버리면 굳이 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올 이유가 없어진다. 스스로 꿈과 희망을 꺾는 짓이다. 헬 조선은 없다!

배연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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