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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인터뷰] 하비 케이틀, 이제야 우리 앞에 선 명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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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7 14:28:06 수정 : 2015-10-07 14:4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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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아노’, ‘율리시즈의 시선’ 등 20여 년이 흘러도 감동을 주는 걸작에 이 배우의 이름이 오롯이 새겨져 있다. 하비 케이틀(76)이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가 열리고 있는 부산을 찾았다. 생애 첫 한국 방문이다.

2010년 개봉한 심형래 감독의 한미 합작영화 ‘라스트 갓파더’에 출연했지만, 그 외에는 한국과 별로 인연이 없었다. “왜 이제야 왔나”라는 질문에 “늦게 왔으니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경험하겠다”며 활짝 웃어 보이는 그다.

부산 영화의 전당에서 만난 하비 케이틀은 70대 노장답게 시종일관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올해 BIFF ‘월드시네마’ 섹션에 초청된 신작 ‘유스(Youth)’(감독 파울로 소렌티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자 “같은 영화를 보고 관객들과 이야기하고 싶어 왔다”라고 말한다.

◆ 영화는 결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

“저는 영화 ‘유스’를 가지고 왔지만, 한국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왔습니다. 영화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바로 영화와 이야기예요. ‘유스’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함께 경험한 것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여러분과 밥 한 끼, 술 한 잔 나누고 싶네요.”

미국 브루클린 출신인 그는 배우가 되면서 다른 세상과 처음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배우란 직업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진정 완성된다. 그렇기에 이번 한국방문은 그에게 더욱 특별하다. 

◆ 나의 필모그래피

하비 케이틀은 오랜 시간 세계적인 거장들과 함께해온 배우다.

무명시절 그에게 주연으로서 첫 기회를 준 건 다름 아닌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었다. 1968년 스코시즈 감독의 ‘누가 내 문을 기다리는가?’에 출연한 그는 ‘비열한 거리’(1973), ‘택시 드라이버’(1976) 등 잇달아 스코시즈의 작품에 출연하며 그의 페르소나로 각광 받았다. 이후 주연보다는 조연으로 별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91년 ‘델마와 루이스’(감독 리들리 스콧)로 전성기를 맞았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1992)과 ‘펄프 픽션’(1994), 제인 캠피온 감독의 ‘피아노’(1993), 테오도로스 앙겔로풀로스 감독의 ‘율리시즈의 시선’(1995), 웨인 왕 감독의 ‘스모크’(1995) 등 주옥 같은 작품을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추가해 나갔다.

70대를 훌쩍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왕성하게 작품 활동 중인 그는 최근작인 ‘문라이즈킹덤’(2012),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 등 웨스 앤더슨의 작품에 출연해 관록을 뽐냈다. 



◆ 내 인생 최고의 영화

“많은 작품 중에 어느 한 작품을 꼽는다는 건 어렵습니다. 어떤 영화에 대해 물으시면 그에 대해 답해 드릴 순 있죠. 예를 들어 ‘스모크’는 제 가슴 속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는 작품입니다. 처음엔 시나리오 읽다가 책이 너무 두꺼워서 지쳐 버렸어요. 그리고 폴 오스터 작가, 웨인 왕 감독을 만나 ‘도대체 영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라고 물었죠. 하지만 그들과 작업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경험했어요. 주인공이 같은 곳에서 늘 같은 풍경의 사진을 찍는다는 아이디어에 놀랐죠. 우리 모두는 여전히 그 카메라를 가슴에 품고 매일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며 살아간다고 생각해요.”

◆ 앞으로도.. 하비 케이틀

하비 케이틀은 ‘유스’에서 인생의 내리막길을 향해 가는 영화감독 믹 역을 맡아 열연했다. 앞으로도 계속 ‘내리막길’ 없는 활동을 보여줄 생각이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답이 된 것 아니냐”며 웃으며 답한다.

배우에게 나이라는 건 말 그대로 숫자일 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모두 누구나 겪는 인생의 한 단계를 경험하며 살아간다. 영화는 그런 사람들의 인생을 투영하고, 배우는 그 인생을 대신해 보여준다.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험을 해보는 게 인생”이라고 말하는 노배우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더 알고 싶다”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기자를 쳐다본다.

명배우의 명성과 품위는 결코 하루 아침 완성된 게 아니었다. 그는 내년 웨스 앤더슨의 새 애니메이션 영화에 목소리 출연한다는 소식도 알렸다. 변치 않는 카리스마, 앞으로도 하비 케이틀의 멋진 모습을 스크린에서 확인하길 기대해본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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