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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폭정의 역사 北 노동당 7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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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08 21:47:07 수정 : 2015-10-08 21:4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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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의 삶 피폐화시킨 3代 세습왕조
南과 손잡고 민족공영의 길 찾아야
지난 6일 노동신문은 김정은이 작성했다는 당 창건 70년 기념 노작에서 “우리 식의 최첨단 무장장비들을 더 많이 만들어 내고 자위적 핵억제력을 부단히 강화해 나가는 것이 우리 당의 결심이고 의지”라고 했다. 10일 평양에서는 최대의 열병식이 열릴 것이며, 사거리 1만2000km에 달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일 것이라고 한다. 북한 주민의 경제난과 식량난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무력만 키우겠다고 하는, 외화내빈의 극치이며 한심하기 짝이 없는 당 창건 기념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1945년 10월 10일을 조선노동당 창건일이라고 하지만, 이날은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을 만들기 위한 ‘조선공산당 서북5도 당 책임자 및 열성자 대회’가 개최된 날이다. 조선노동당은 1949년 6월 30일 평양에서 조직된 북조선노동당과 서울의 남조선노동당이 합당해 만들어졌다. 이에 6월 30일이 조선노동당 창건일이 돼야 하지만, 김일성은 ‘조선공산당 북조선분국’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꼼수를 부림으로써 일제강점기 볼셰비키혁명에 영향을 받은 좌파 민족주의 계열이 1925년 4월 서울에서 조직한 조선공산당과의 연계를 만들어 내 그 정통성을 가로챘고, 조만식 선생 등 민족주의 세력과 토착 공산주의 세력까지 제거하면서 권력을 장악해 나갔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국제정치학
소련군의 도움으로 권력 장악에 성공한 김일성은 6·25전쟁을 도발해 한반도의 적화통일을 꾀했고, 그 과정에서 국내파 공산주의자들을 미 제국주의자의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숙청했다. 1958년에는 8월 종파사건을 일으켜 연안파와 소련파를 제거했고, 그 후 빨치산 동료까지 숙청해 1인 독재체제를 구축했다. 김일성의 관심은 북한 주민의 경제적 풍요와 복지가 아니라 자신을 신격화하면서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김일성은 일인독재 체제를 구축한 후 국방과 경제 발전의 병진노선을 추구했으나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수는 없었다. 1970년대 중반 이후 경제력에서 한국에 뒤처지게 되자 김일성은 핵무기 개발에 주력했고 김일성 사후 권력을 승계한 김정일은 사회주의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했으나 북한 주민을 10년간 ‘고난의 행군’에 몰아넣었다.

이와 같이, 북한의 정치·군사·경제·사회를 통제하는 조선노동당의 70년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걸친 일인독재 체제의 역사이며, 지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김씨 일가가 통치하는 왕조체제이며, 김일성이 신격화돼 있는 신정체제의 역사다. 2014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GNI)은 한국의 4.7%(약1,200달러)에 지나지 않는 세계 최빈국이다. 지난 70년간 조선노동당은 김일성 일가를 신격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북한 주민을 먹여 살리는 데는 완전히 실패한 것이다.

이제라도 김정은은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 개혁과 개방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구축한 일인독재 체제와 신정체제를 과감히 버리고 북한 주민의 복지와 경제적 풍요를 보장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핵무력과 경제 발전의 병진노선은 허황된 꿈이며 양립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중국이 개혁과 개방을 추진한 후 30년 만에 ‘아시아의 거대한 병자’에서 세계 지도국으로 등장했고, 베트남·미얀마·쿠바도 개혁과 개방을 지향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때 지적했던 ‘악의 축’에 남아있는 나라는 북한뿐이다.

50여년 전 김일성이 북한 주민에게 ‘쌀밥과 고깃국’을 약속했지만 아직도 실현되지 않았고, 김정일이 말한 강성대국 실현도 요원하다. 지난 8월 말 남북대화가 재개됨으로써 모처럼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됐다. 김정은은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대남 협박과 도발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 아니라 교류 협력을 통한 공생·공영의 남북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물론이며 북한의 미래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구본학 한림국제대학원대 부총장·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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