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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사 교과서] 정치권 이념공방에… "수업하기 힘들어요"

입력 : 2015-10-08 18:47:26 수정 : 2015-10-09 00: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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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현장 혼란 부추겨
“선생님 저희가 배우는 역사교과서가 좌편향이라고 인터넷에 나오던데 그게 뭐예요?”

중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A교사는 얼마 전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오던 길에 한 학생에게서 이 같은 질문을 받고 깜짝 놀랐다. 심지어 최근 한 학부모에게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 달라”는 전화를 받기도 했다. A교사는 “역사(고교는 한국사)교과서와 관련해 온통 뉴스에 이념 편향성으로 논쟁이 일면서 학교에서 수업을 하기도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며 “교과서가 바뀌게 되면 앞으로도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최근 한국사 교과서 국정전환 논란이 이념논쟁으로 격화되면서 학교 현장에서도 혼란이 일고 있다. 교사들은 이념논쟁이 아니더라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도되는 교과서 발행체제 개편이 이 같은 혼란의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잦은 변경…학교 현장 혼란 키워

경기도의 한 고교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B교사는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된 것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교과서가 바뀌면 이를 감당해야 하는 것은 학생과 교사의 몫이라는 생각에서다.

B교사는 “역사 교사 누구도 정치와 관계없이 수업을 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라며 “국정교과서로 간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신들이 유리한 쪽으로 고치려들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해당 정권이 역사적 사실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받아들이기 어렵게 서술해 놓으면 교사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 부분을 아이들에게 가르치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고도 했다.

또 “현재 검정체제로 역사교과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결국 정부가 내린 지필지침으로 교과서가 만들어지고 정부에서 세운 기준으로 검정을 하고 수정명령으로 고쳐지고 있기까지 하다”며 “국정으로 가지 않아도 충분히 국정으로 가고 있는 상황이며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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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학부모 역시 잦은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계 변화는 교육현장에 혼란만 가져올 뿐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역사를 있는 그대로 가르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불평을 늘어놨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은 “어른들의 정치 싸움에 역사적 사실이 왔다갔다하고 있다”며 “결국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고등학교 자녀를 둔 한 학부모 역시 “정권만 바뀌면 역사 교과서부터 손을 대려 한다”며 “아픈 역사도 역사인 만큼 미화하거나 왜곡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C교사는 “당장 내년부터 수능에 한국사가 반영되는 상황에서 교과서마다 다른 내용이 나오고 가르치는 내용도 각각 다르다면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며 “물론 역사관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정·검정과 무관하게 기준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고 말했다.

◆“국정화로는 이념논쟁 불식 어려워”

특히 교사들은 이념논쟁에서 벗어난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 국정교과서가 이를 완전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교육부가 의뢰한 한 연구보고서에도 국정교과서로 갈 경우 “내용적 편향성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오히려 기존의 이른바 ‘이념논쟁’이 더욱 확산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결국 이러한 점을 막기 위해서는 심의위원회의 대폭적인 강화, 심의위원회 구성원을 공모하는 방식의 채택 등 정치적 편향성을 막을 수 있는 추가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국정교과서의 경우 특정 가치관과 역사관을 제시함으로써 역사적 사고력을 제한할 수 있어 심의위원회 구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C교사는 “만약 국정으로 갈 경우 결국 정치권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독립적인 역사편찬기구가 필요한데 정부의 주도가 아닌 민관 등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 덧붙여진다면 가능성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독립적인 편찬이 불가능하며 현재의 검정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다는 목소리가 크다. B교사는 “현재 좌편향 논란이 일고 있는 교과서로 수업을 하고 있지만 종북이니 친일이니 하는 이념에 대해 한번도 얘기가 나온 적이 없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다”면서 “지금의 검정체제로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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