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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등 저수지… 기약없는 제한급수 탄식만

입력 : 2015-10-08 18:20:04 수정 : 2015-10-09 01: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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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제한급수 첫날 르포
목타는 대지… 애타는 지자체… 속타는 농심
"이러다 먹는 물도 끊길라… 앞으로가 더 걱정"
“30㎜ 넘게 내린 지난주 가을비에도 보령댐 저수율이 늘지 않은 걸 보면 산천이 마를 대로 말랐나 봐유. 이래서는 내년까지 버틸 수나 있을지….”

지난해부터 계속된 가뭄으로 중부권의 물부족 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가뭄이 가장 심한 충남도는 보령·서산·당진 등 충남 서북부 8개 시·군에 대해 8일부터 제한급수에 들어갔다. 상수원인 보령댐이 1996년 완공된 이후 처음이다.

충남도는 보령댐의 저수율이 예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2.1%까지 떨어짐에 따라 이날 수돗물 공급을 20% 줄였다. 8개 자치단체들은 일제히 상수도 세차 금지, 밭작물 급수 절제, 샤워 시간 감축, 변기통 절수, 상수도 수압 저감 등 절수운동을 시작했다. 배수지 유출밸브나 대규모 아파트단지 밸브를 조절해 80%만 수돗물을 공급해 물 사용량을 강제로 줄이는 방법도 병행하고 있다.

중부지역이 사상 최악의 가을 가뭄으로 주민들의 식수원인 보령댐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제한급수를 실시하는 등 식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1996년 댐 완공 이후 가장 낮은 22.1%의 저수율을 보이고 있는 보령댐의 모습.
보령시 제공
지난 1일부터 사전 용수 감량적응 훈련을 통해 14.5%의 물을 절약했지만 당분간 비가 오지 않을 것으로 예보돼 강도 높은 절수 조치에 들어간 것이다.

수압이 낮아져 물 공급이 원활하기 못한 고지대에는 급수차를 동원할 방침이다. 대형 지하수 관정을 개발해 용수를 자체 공급하고 가정에 절수기를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강보 물을 보령댐으로 보내기 위한 통수로 공사를 예비타당성조사 절차 없이 이달 중 착공하는 정부 방안도 확정됐다.

송석두 충남부지사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용수 사용을 20% 줄이면 가을 비가 내리지 않더라도 내년 우수기까지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기약 없는 제한급수에 걱정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있다.

홍성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나모씨는 “음식점은 자정이 돼야 일이 끝나는데 밤 10시에 물이 끊기면 당일 마무리는 물론 다음날 장사 준비도 힘들어진다”면서 “당분간 장사할 생각을 내려 놓아야 할 판”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60평생에 이런 가뭄은 처음”이라는 충남 서산 천수만경작자연합회 이종선 대표는 “생활용수는 제한급수라도 받지만 논밭에 널린 농작물은 무슨 수로 구제하느냐”고 하소연했다.

가뭄 피해는 충청권을 넘어 경기, 강원도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날 현재 대청댐은 36.9%, 용담댐은 29.6%의 저수율을 기록했다. 소양댐과 충주댐 역시 44.6%와 41.7%로, 저수용량의 절반에 한참 못 미친다. 전북의 섬진강댐 저수율은 7%로 바닥 수준이다.

올해 강원도에 내린 비는 예년의 52%에 불과해 주요 하천과 저수지의 물이 거의 말라가고 있다. 9월 강수량은 4.8㎜로 평년의 3%에 불과하다. 인천 옹진군 연평, 대청 등 5개 면 3317명의 주민이 제한급수를 받고 있으며 강원지역은 올 들어 9월 말까지 지난해보다 34% 늘어난 1만2427t의 생활·농업 용수를 공급했다.

충북 단양과 충주지역 10여개 마을도 생활용수원이 끊겨 자치단체가 식수공급에 나섰다.

논밭도 거북등처럼 갈라져 수확을 앞둔 농작물 역시 성할 리 없다. 강원 평창과 횡성 등 고랭지 지역은 배추와 무의 생육 저하 현상이 뚜렷하다. 강원도 화천과 충북 단양 등지에서는 율무와 들깨, 콩 등 가을걷이 작물 수확량이 20∼40% 감소했다. 당분가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김장용 무와 배추도 피해가 예상돼 가격 급등에 따른 ‘김장 대란’도 우려되고 있다.

충남도 관계자는 “더 큰 문제는 내년이다. 올해를 넘긴다 해도 충분한 강수량이 없으면 내년에는 더 어려운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며 “가뭄의 장기화, 상시화 현상에 대비해 4대강 물의 수로 확장과 소규모 댐 건설, 산간 도서지역의 빗물 저장시설 확대 등 중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성=임정재·김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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