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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카다레 문체… 전쟁의 비극 유머러스하게 풀다

입력 : 2015-10-10 03:00:00 수정 : 2015-10-1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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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마일 카다레 지음/이창실 옮김/문학동네/1만4800원
돌의 연대기/이스마일 카다레 지음/이창실 옮김/문학동네/1만4800원


유럽 문학의 거장 이스마일 카다레의 장편소설이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 알바니아를 대표하는 소설가이다. 조국 ‘알바니아보다 더 유명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명성을 얻었다. 매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작가는 어린 시절 끔찍했던 전쟁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썼다. 시대적 배경은 2차 세계대전이다.

무대가 된 도시는 모든 것이 돌로 이뤄진 곳이다. 도시 시민들은 여전히 저주 걸린 ‘마법의 뭉치’를 두려워하고 닭뼈로 미래를 점치며, 도시 바깥의 세계에는 무관심하다. 그러나 이 도시 외곽에 있는 들판에 비행장이 들어서면서 그들의 삶은 송두리째 뒤집힌다. 군대가 들어오고 돌로 된 집만 있던 도시에 영국군의 공습이 시작된다. 폭격은 그들의 일상을 완전히 파괴한다. 그들은 사이렌이 울리면 지하실로 숨어들어 공습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비처럼 쏟아지는 폭탄 속에서도 위트를 잃지 않은 채 다시 그들만의 일상을 되찾아간다. 그들은 폭탄이 떨어지고 있는 그 순간에도 사랑을 하고 결혼하며, 집안 청소를 하고 빨래를 널며 삶을 이어간다.

작가는 순진무구한 주인공 소년의 눈에 비친 광기 어린 전쟁을 묘사한다. 아이의 왜곡된 시선으로 비극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다. 생뚱맞은 아이의 생각을 토대로 전쟁과 인간 자신의 본질과 마주하도록 유도한다.

이스마일 카다레의 문장은 특별하다는 평이 많다. 그의 문장은 무게감을 주고 있지만 어둡지 않고, 치밀하지만 또한 유연하다. 환상적이면서도 사실적이다. 이런 작가의 문장들은 비극에 희극적인 요소를 담을 수 있다. 이런 유형의 문체는 삶의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데 탁월하다.

감수성 풍부한 어린아이를 화자로 내세워 그만의 환상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작가만의 문학적 능력이 극대화된 작품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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