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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된 대의명분 위해 스러져간 獨 청춘들… 그들의 棺이 된 ‘U보트’

입력 : 2015-10-10 03:00:00 수정 : 2015-10-10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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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베르트 A 베르너 지음/김정배 옮김/일조각/3만원
강철의 관/헤르베르트 A 베르너 지음/김정배 옮김/일조각/3만원


신간 ‘강철의 관’은 독일 잠수함 U보트의 함장이 쓴 회고록이다. U보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 저승사자’로 명성을 떨쳤다. 70여년 전 벌어진 전쟁이 이제 와서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저자는 지금도 대서양 차가운 바다 속에 잠겨 있는 독일의 젊은 승조원들에게 뒤늦게나마 이 글을 바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썼다. 그들의 희생 정신은 패전국 독일을 일으킨 원동력이라고 저자는 말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대서양전투와 U보트전의 실상을 처음 밝힌다고 했다.

저자 헤르베르트 A 베르너는 1941년 무렵부터 종전까지 U보트의 부관과 함장으로 복무했다. 그가 전선에 투입된 시기 대서양전투는 격렬했다. 당시 대서양은 연합군의 생명줄이었다. 미국의 막강한 지원이 영국과 프랑스 등에 전달되는 해상 보급로였기 때문이다. U보트는 엄청난 보급물자를 실은 미국의 선박들을 무차별적으로 수장시켰다. 대서양전투는 2차대전의 승패를 가르는 분기점이었다.

저자가 함장으로서 처음 맡게 된 잠수함 U-415 함교에 20㎜ 기관포가 설치되어 있다.
일조각 제공
1차 세계대전 종전 후 베르사유조약에 따라 독일의 잠수함 보유는 금지됐다. 독일은 비밀리에 1935년부터 U보트를 건조하며 전투 기술을 연마한다. 개전 초기 U보트의 위력은 대단했다. 베르너는 불과 44명의 승조원이 탄 조그만 잠수함으로 연합국의 거대한 호송선단을 격침시켰다. U보트의 대활약은 독일에 승리를 가져다주는 듯했다. 공식적으로 2882척의 연합군 상선과 군함 175척이 격침돼 연합군에게 큰 피해를 줬다.

상선 한 척에 실은 전쟁물자가 웬만한 사단 2∼3개 정도가 무장할 수 있는 정도였으니 그 피해는 심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1943년 5월을 기점으로 전세는 역전된다. 미국의 신형 해상 레이더가 개발되고 잠수함 잡는 구축함이 투입되면서 U보트 함대는 급속히 쇠락한다. 5월 한 달 동안 48척의 U보트가 격침됐다. 독일 잠수함 사령부는 이에 맞설 새 장비나 무기도 갖추지 못했다. 최후에는 일제 가미카제 특공대식으로 육탄 충돌하라고 명령한다. 전투에 투입된 U보트 842척 가운데 1945년 5월 무렵 3척만 남았다. 베르너는 그 셋 중 한 척의 함장이었다. 3만9000명의 승조원 가운데 2만8000명이 전사했고 5000여명은 포로가 됐다.

실제 함장이었던 저자가 들려주는 U보트전은 박진감이 넘친다. 긴박한 전투장면의 생생한 묘사는 이 책의 매력이다.

저자가 전한 탈출과정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그는 프랑스군에 포로로 잡혔다가 몇 번 만에 성공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탈주자를 붙잡으려는 프랑스군의 추격을 따돌리고 화물열차를 타고 가다 어린 시절을 보냈던 숲으로 뛰어드는 마지막 장면은 극적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헛된 대의명분을 위해 많은 승조원들이 끔찍하게 죽었다. 너무나 많은 우리의 꽃다운 생명들이 U보트를 관으로 삼아 헛되이 쓰러져갔다”고 허탈해했다. 그의 말처럼 이 책은 헛된 전쟁에 죽어간 동료들을 위한 헌사이며, 당시 독일 수뇌부 전범들에 대한 고발이다. 아울러 말할 수 없는 분노를 토해낸다. 베르너는 1957년 미국으로 이주해 2013년 플로리다에서 사망하기까지 전쟁과 인생의 의미를 곱씹으며 살았다.

책을 감수한 한경구 서울대 교수는 “이 책은 전투 장면을 흥미진진하게 그리면서도 한편으로 또래의 적들에 대한 존경과 연민, 그리고 전쟁의 참혹함과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순진하게도 자신의 희생이 조국을 위한 것이라고 믿은 젊은이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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