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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상문, 18번홀 환상의 버디퍼트… ‘코리안 듀오’ 1홀차 웃었다

입력 : 2015-10-09 21:31:26 수정 : 2015-10-09 23:4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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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샷’ 2R 포볼경기 한국 국적 선수로는 유일하게 2015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한 배상문(29)과 인천 태생의 뉴질랜드 교포 대니 리(25·한국명 이진명)는 오래전부터 미국팀을 꺾어 보자고 의기투합했다. 배상문이 인터내셔널팀 닉 프라이스(58·짐바브웨) 단장의 추천을 받아 팀에 합류한 것은 지난달 9일. 배상문이 자력이 아닌 단장 추천을 받게 된 것은 프레지던츠컵이 열리는 인천 송도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과거 두 차례 우승했던 경험을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인터내셔널팀 배상문(왼쪽)과 대니 리가 9일 인천 송도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2015 프레지던츠컵 포볼 경기에서 승리한 뒤 환호하고 있다.
인천=AFP연합뉴스
배상문이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자신의 집 가까이 살고 있는 대니 리를 만나 “한국에 가서 미국팀을 꺾자”고 제의한 것은 지난 여름이다. 배상문은 프레지던츠컵 출전이 확정되기 전부터 좋은 활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던 것이다. 2007년부터 알게 된 배상문과 대니 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함께 뛰며 친형제처럼 지내는 사이다. 객지생활에 목표가 같은 데다 같은 한민족이기 때문이다. 지난 7월 대니 리가 PGA투어 그린브라이어 클래식에서 생애 처음 우승컵을 들어올렸을 때에도 가장 먼저 축하를 해준 사람이 배상문이었다.

배상문은 대회 개막 전 기자회견에서 포볼 경기에서는 대니 리와 같은 조를 이루고 싶다는 희망사항을 드러냈다. 찰떡호흡을 맞출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상문은 첫날 포섬경기에 단장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응원부대’로 전락했다. 포섬 조를 이루기로 된 찰 슈워젤(남아공)이 구토증세에 따른 컨디션 난조로 출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을 끝으로 입대할 예정인 배상문은 각자의 공을 치되 좋은 성적을 계산하는 둘째날 포볼 경기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것도 친한 동생 대니 리와 함께였다. 바라던 대로였다. 병역 기피혐의로 고발돼 자신에 대해 싸늘한 눈초리를 보내는 고국 팬들에게 뭔가를 보여줄 기회를 잡은 셈이다.

이 코스에 대해 누구보다도 훤히 꿰고 있는 배상문은 9일 열린 미국팀의 리키 파울러(세계랭킹 5위)-지미 워커(17위)조와의 포볼경기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더구나 미국팀 선수들은 PGA 정상급 멤버다. 9번홀까지 한 홀차로 뒤지던 배상문은 10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 동률을 만들었다. 배상문은 이후 11번홀부터 팽팽한 긴장 속에 홀을 따낼 기회를 여러번 잡았지만 퍼팅은 야속하게도 오른쪽으로 살짝살짝 비켜가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17번홀(파3)까지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마침내 기회가 왔다. 배상문이 세번째 샷을 핀 뒤 3m 지점에 떨궜고, 워커의 5m 버디 퍼팅은 빗나갔다. 배상문의 퍼팅 하나에 ‘이기느냐, 비기느냐’ 승부가 갈리는 순간이었다. 깊은 숨을 내쉰 배상문의 손을 떠난 하얀 공은 살짝 내리막을 타고 홀컵 속으로 사라졌고, 이어 그린 주변을 가득 메운 갤러리들의 우레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미국팀을 이겨보자”는 코리언 브라더스의 농담은 현실이 됐다. 배상문은 “팀에 보탬이 돼서 기분 좋고 스스로도 자랑스러웠다”고 기뻐했다.

양팀은 10일 오전 포섬 4경기와 오후에 포볼 4경기를 치른다. 배상문은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짝을 이뤄 미국팀의 빌 하스-맷 쿠처와 포섬 경기에서 맞붙는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와 세계 2위 제이슨 데이(호주)의 맞대결이 이뤄졌다.

인터내셔널팀은 이날 배상문-대니 리, 남아공 듀오 루이 우스트하위즌-브랜든 그레이스, 통차이 짜이디(태국)-찰 슈워젤(남아공)이 잇따라 승리한 데 힘입어 3승1무1패를 거두며 대반격에 나섰다. 전날 1승4패로 뒤졌던 인터내셔널팀은 중간 승점 합계 4.5-5.5로 미국팀에 바짝 따라붙었다. 미국팀은 ‘맏형’ 필 미컬슨의 부주의로 승점 1을 놓치는 불운도 겹쳤다. 잭 존슨과 짝을 이뤄 데이-애덤 스콧(호주)과 맞선 미컬슨은 7번홀(파5)에서 승인받지 않은 공으로 경기한 탓에 1홀을 앞선 채 18홀을 마쳤지만 페널티로 떠안은 1홀 패배 때문에 비기고 말았다. 포볼경기는 동일제조사, 동일 모델의 공으로 경기를 끝까지 치러야 한다.

인천=박병헌 선임기자 bonanza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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