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노벨평화상 깜짝 수상 ‘튀니지 국민 4자대화기구’는

입력 : 2015-10-09 22:09:36 수정 : 2015-10-10 00:18:5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아랍의 봄’ 이후 민주화 정착 기여 272명(단체 67곳)이란 역대 두 번째로 많았던 경쟁자들을 제치고 노벨평화상을 거머쥔 ‘튀니지 국민 4자대화기구’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튀니지가 ‘아랍의 봄’의 성공 사례가 되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단체다. 국제사회는 이 단체의 민주화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이라면서 환영하고 나섰다.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튀니지 국민 4자대화기구’ 대표자들이 2013년 9월21일(현지시간) 수도 튀니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국 혼란 종식을 위한 집권당과 야권 간 협상 중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위데드 부차마오이 튀니지산업·무역·수공업연맹(UTICA) 회장, 후세인 아바시 튀니지일반노동조합(UGTT) 사무총장, 압데사타르 벤 무사 튀니지인권연맹(LTDH) 의장, 모하메드 파델 마흐무드 튀니지변호사회(NBA) 회장이다.
튀니스=AF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튀니지 일반노동조합(UGTT)과 산업·무역·수공업연맹(UTICA), 인권연맹(LTDH), 변호사회 등 튀니지 시민사회의 핵심단체 4곳으로 결성된 이 협의체는 국내외 언론에 거의 등장하지 않은 데다 노벨평화상의 수상 후보로 거론되지도 않았다. 수상 발표 이후 인터넷 개방형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에 이 단체를 설명하는 페이지가 만들어졌을 정도다.

하지만 ‘튀니지 국민 4자대화기구’는 2011년 재스민혁명으로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독재정권이 23년 만에 무너지고 튀니지가 민주주의 체제로 이행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협의체의 중심은 튀니지 최대 노동단체인 UGTT이다. 이 단체가 2013년 말 당시 이슬람 성향의 집권 엔나흐다당과 야권의 협상을 중재한 결과, 지난해 1월 중도 성향의 메흐디 조마하 총리를 수장으로 한 과도정부가 탄생했다. 과도정부는 새 헌법 초안 작성과 총선 일정 확정 등 업무를 순조롭게 수행하며 사회적 혼란을 수습했다. 그해 2월 ‘성별과 종교, 정치적 견해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평등한 기본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으로 헌법이 개정된 게 대표적이다. 이 헌법은 남녀평등을 보장하고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도록 규정해 아랍권에서 가장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헌법으로 평가된다. 이 단체는 또 지난해 튀니지에서 최초로 실시된 민주적 대선에서 유권자 단체 활동을 지원하는 등 세속주의 성향의 베지 카이드 에셉시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UGTT 사무총장인 후세인 아바시는 “노벨평화상 수상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면서도 “평화상 수상은 튀니지가 모든 영역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 국민 4자대화기구가 2년여간 기울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국민 4자대화기구의 활동에 힘입어 튀니지는 ‘아랍의 봄’의 유일한 성공 사례가 됐다. 튀니지는 2011년 중동·북아프리카 일대에 들불처럼 번진 민주화시위인 아랍의 봄의 발원지다. 하지만 튀니지의 뒤를 이어 민주화시위가 일어난 이집트와 리비아, 예멘 등에서는 정국 불안정이 여전하다. 시리아에서는 5년째 내전이 이어지고 있고 이집트는 군사정권으로 회귀했으며, 리비아와 예멘에서도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이번 수상은 튀니지의 첫 노벨평화상이란 점에서 튀니지의 거대한 승리라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분석했다. 민주주의 기반이 취약한 데다 지난 3월과 6월 잇따른 테러로 60명이 숨져 관광산업이 크게 위축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유력한 수상 후보로 점쳐졌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대변인을 통해 “탁월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튀니지 국민 4자대화기구’는 위기를 극복하고 통합과 민주화를 이룰 수 있는 길을 보여줬다”고 치하했다. 아마드 파우지 유엔 대변인 등도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