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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칼럼] 바티칸과 중국, 그리고 한국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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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11 22:00:58 수정 : 2015-10-11 22: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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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하드파워만 양성했던 한국
21세기엔 스마트파워로 눈 돌려야
국력과 국제경쟁력을 비교 평가하는 여러 데이터가 있지만 속 시원하고 매우 설득력 있는 방법은 흔치 않다. 나라 안팎으로 비교의 그림자 속에서 탈출할 수 없어 그런지는 몰라도 우리나라만큼 자국에 대한 각종 수치와 평가에 민감한 나라도 거의 없다. 특히 국제경쟁력을 둘러싼 평가가 발표될 때 더욱더 긴장한다. 최근 공개된 2015,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의하면 총 140개국 가운데 한국의 종합순위는 26위로 집계됐다. 나쁜 등수는 아니지만 좋은 것도 아니다. 다른 경쟁력 평가를 봐도 비슷하다. 178개국을 대상으로 청렴도를 측정한 2014년도 ‘부패인식지수’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상위 46위였으며, 2015년 ‘글로벌화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7개국 중 상위 62위로 평가됐다. 2014년에 발표한 한선재단의 G20(주요20개국) 국가의 ‘종합국력 순위’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중간인 9위로 평가됐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국제안보학
주변국의 힘이 워낙 강하고 특히 남북한 군사적 대치상황을 감안하면 한국인에게 경제력, 국방력, 과학기술력, 교역량 등을 중심으로 한 하드파워(hard power) 요소가 국력과 국제경쟁력을 평가하는 척도로서 더욱더 익숙하다는 점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리고 지난 반세기 동안 하드파워 생산과 확대에 주력한 결과 한국은 세계 13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21세기의 복합적인 환경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하드파워와 함께 국정관리력, 정치외교력, 변화대처력, 창의력, 문화력 등의 소프트파워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보다 더 하드파워에 몰입된 나라가 있다. 바로 중국이다. 30년 넘게 고속성장한 중국은 전자 통신 철강 조선 자동차 건설 등의 분야에서 한국을 앞서고 있다. 종합군사력에서는 미국에 뒤처져 있지만 2030년대에는 거의 동등한 수준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물론 중국의 고속성장도 둔화되기 시작했고, 중국 역시 소프트파워와 서비스 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지 않을 경우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발간되는 각종 국력 및 국제경쟁력 보고서 중 늘 빠지는 국가가 있다. 약 180개국과의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유지하고 106개 국가에 공관을 유지하고 있다. 규모는 매우 작지만 독립적인 군대도 있으며 직접 관리하는 자금에 대한 명확한 자료는 없지만 80∼100억달러로 추산된다. 그리고 중국보다 약간 작은 12억명의 인구를 지니고 있는 매우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국가이다. 한국과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하드파워는 매우 제한적이지만 더 많은 소프트파워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적 지휘를 지니고 있는 바티칸시국이다. 전 세계 가톨릭 신자의 영적 지도자는 교황이며, 성좌(The Holy See)를 통해 통치권을 행사하지만 교황의 가장 핵심적인 힘은 진정한 섬김의 리더십과 윤리적 신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2013년에 선출된 프란치스코 교황은 근래 가장 검소하고 겸손한 교황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빈곤층과 약자와 사회적 소수자의 편에서 있는 가장 평범한, 그러나 가장 영향력 있는 교황으로 추앙받고 있다.

지난 9월 3일 거행된 중국의 70주년 전승절과 1만2000명의 병력이 동원된 열병식을 총 진두지휘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힘을 전세계에 과시하는 데에 주력했고 부분적으로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 함께 대대적인 열병식을 펼치는 나라는 러시아와 북한 밖에 없다. 중국과 러시아와 북한이 이토록 군사력을 과시하는 이유는 국제사회에 보여주고 싶은 그들의 힘, 미국과 미국의 우방에게 던지는 싸움의 의지, 국내통치용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간단한 이유는 전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소프트파워가 별로 없거나 아예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겸비한 스마트파워(smart power)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적 리더십과 정치체제로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말로는 스마트파워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이를 위한 진정한 개혁을 모두 등한시하는 정치권이 변화하지 않는 한 우리는 하다파워는 물론이고 소프트파워 면에서도 뒷걸음질만 할 가능성이 크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국제안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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