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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원칼럼] 싸움이나 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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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12 22:28:45 수정 : 2015-10-12 22:2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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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붕괴 조짐… 위기는 온다
언제 어떤 식으로 닥칠지 모를 위기
‘변방의 까막눈’은 두 눈 부릅뜨고 대비해야
18년 전 모두가 새파랗게 질렸다. 금융위기에 나라가 망할 판이었으니. 그렇게 무서운 일도 없었다. 하지만 금융위기의 역사는 깊다. 자본주의 역사와 함께한다. 과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세계적이며, 철마다 출현하는 독감 바이러스처럼 찾아든다는 것뿐이다. 경제의 세계화가 부른 현상이다. 백신도 없다.

언제, 어떤 형태로 닥칠지는 알 수 있을까. 그것이라도 알아야 대비라도 할 게 아닌가.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천재다. 젊은 나이에 프린스턴대학 정교수로 세계적인 경제학자 반열에 올라 떵떵거렸다. 헨리 폴슨 전 미 재무장관.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로서 금융실전이라면 관운장을 능가하는 백전의 고수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는 두 사람이 연준 의장과 재무장관으로 있던 때 터졌다. 붕괴 과정이 드라마틱하다. 그해 9월15일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했다. 자본금 250억달러, 자산 7000억달러의 대마(大馬)다. JP모건, 골드만삭스와 함께 월가를 대표하는 투자은행으로 세계경제를 주물렀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뒤 세계는 꽁지에 불붙은 듯했다. 허겁지겁 돈을 쏟아부어 무너지는 ‘금융 둑’을 막아야 했다. 붕괴하면 1930년대 대공황보다 더한 사태가 밀려들 수 있으니. 그 상처는 아직도 이어진다.

강호원 논설위원
궁금한 것이 있다. 두 사람은 대마가 쓰러질 것을 짐작했을까. 파산 이후 어떤 파장이 밀어닥칠지 알았을까. 그런 것 같지 않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을 발표한 다음 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오간 이야기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실물경제 충격을 주로 걱정했다”고 한다. 무슨 뜻인가. 파장이 어떻게 번져 갈지 꿰뚫어 보지 못했다는 말이 아닌가. 회의가 끝난 뒤 AIG 파산 위기 소식을 듣고서야 버냉키는 소리쳤다고 한다. “AIG가 쓰러지면 끝장”이라고. AIG는 서브프라임모기지 증권 보증으로 떼돈을 번 세계 최대 보험회사다. 이때부터 ‘헬리콥터에서 돈을 뿌려’ 금융 살리기에 나선다. 그 결정이 제로금리요 양적완화 정책이다.

두 사람은 까막눈이었을까. 두 해 전부터 서브프라임모기지 파산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었으니 커지는 위기를 감지하지 못했을까. 언제, 어떤 형태로, 얼마나 큰 재앙이 몰아닥칠지는 알았을까. “알았다면 ‘첫 대마’가 쓰러지도록 방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변방의 나라는 어떨까. 아무리 일일삼성오신(一日三省吾身)을 해도 까막눈 신세는 면하기 어렵다. 세계금융 중심부에서조차 사태를 꿰뚫지 못하지 않는가.

위기는 번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했다. “세계금융에서 가장 큰 위기 요인은 신흥국 시장이다.” 신흥국 시장의 민간 초과채무가 3조달러에 육박한다고 한다. 사상 최대 수준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투자자본은 신흥국에서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 왜? 외환가뭄에 시달릴 신흥국에서 입을 위험을 피하고, 환차손을 피하고, 안전한 높은 금리를 좇을 것이기 때문이다.

신흥국 위기, 벌써 시작됐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 빨간불이 켜졌다. 말레이시아 링깃화의 대미달러환율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의 달러당 4.77링깃에 육박하고,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18년 만에 처음으로 1만4000루피아를 넘어섰다. 외환보유액도 크게 줄었다. 통화가치 폭락과 외환보유액 감소. 위기가 가깝다는 뜻이다. 두 나라만 그럴까. 브라질, 남아공, 러시아, 동구권 국가, 산유국에 비슷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왜 미국의 금리를 초조하게 바라보는가. 미국의 금리인상은 재앙을 부르는 방아쇠이기 때문이다. 복잡한 경제·정치적인 셈을 하고 있을 게다.

우리는 안전한가. “안전하다”고 한다. 하기야 정부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물음을 던져 본다. 무엇을 믿고? 보유 외환 3679억달러로 쓰나미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인가, 세계 꼴찌의 생산성과 노동구조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인가, 이념 갈등과 난장 싸움을 하는 정치로 위기를 헤쳐 갈 수 있다는 것인가. 가당찮다.

위기는 온다. 변방의 까막눈 신세를 벗기 어렵다면 두 눈 똑바로 뜨고 뭉치기라도 해야 하지 않는가.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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