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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 교과서 강행 말고 합리적 대안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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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12 22:29:29 수정 : 2017-06-04 13: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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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어제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내용의 ‘중·고등학교 교과용도서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민간 출판사가 발행해온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2017년부터 국가가 발행하게 된다. 검정 교과서로 전면 개편된 지 6년 만에 국정 교과서로 회귀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산하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에 ‘올바른 역사교과서’라는 이름의 국정 교과서 개발을 맡길 방침이다. 황우여 사회부총리는 “정부가 직접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고 역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했다.

현행 검정 교과서에 역사적 사실을 잘못 기술한 사례들이 적잖다. “왜곡되고 편향된 역사교과서는 이념적으로 편향된 교사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선동 매체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공감이 가는 대목도 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올바른 역사교육은 국가 존립의 필수 요소”라는 주장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그 해결 방법이 국정 교과서로의 회귀밖에 없는지는 의문이다. 현행 검정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검정 절차 강화와 교육부의 수정명령 권한 행사로 풀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터키 등 3개국만 국정 교과서를 발행한다. 외국 사례를 보더라도 국정 교과서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다.

국정 교과서 집필 과정도 수월치 않을 것이다. 교육부는 각 분야 역사전문가들로 집필진을 구성해 투명하고 공개적인 방법으로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장담하지만, 친일·산업화·독재정치 등 역사적 쟁점에 대한 진보·보수 진영 간 인식 차이가 커서 수많은 논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새 국정교과서를 2017년에 사용하려면 심의·수정 절차를 감안해 내년 10월까지는 새 교과서가 나와야 하므로 시간에 쫓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교육현장에서 외면받을지도 모른다. 벌써부터 교육계 일각에서는 국정교과서에 맞서 ‘대안 교과서’나 ‘보조교재’를 개발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사회적 후폭풍이 만만찮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그제 전국 시·도교총회장 회의를 열어 국정화 찬성 의견을 공식화했지만, 역사학계와 교육계에서는 국정화 반대 선언이 줄을 잇는다. “국론 분열의 씨앗을 뿌리는 일”, “민주주의에 역행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치권 공방은 날로 거세진다. 새누리당은 현행 검정 교과서를 ‘친북 숙주’로 규정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 체제로의 전환을 ‘역사 쿠데타’라고 비난했다. 새정치연합은 장외투쟁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국정화를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황 부총리 해임 건의안을 제출한 데 이어 행정부 고시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도 낸다고 한다. 오늘부터 열리는 국회 대정부 질문은 ‘역사전쟁’의 싸움터로 바뀌고, 예산안·법안 심의에 들어간 정기국회는 파행을 거듭할 조짐이다. 산적한 국정 현안이 ‘국정화’ 회오리에 휩쓸리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교육부는 11월2일까지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구분안을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그동안 국정화에 관한 공청회나 토론회 등을 한 차례도 열지 않다가 20일 남짓 불과한 기간에 의견 수렴 과정을 밟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정화 강행에 앞서 찬성· 반대 진영을 모두 불러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과정을 통해 현행 검정체제의 문제점을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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