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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자력 기술혁신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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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13 20:36:00 수정 : 2015-10-13 20:3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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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산업화 과정에서 선진국 ‘추격형’ 패러다임을 통해 고도성장을 유지해왔다. 선진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약간의 공정변화로 그들을 따라잡는 방식이다. 그 결과 오늘날에는 선진국으로부터 모방할 기술이나 제품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한 성장을 일궈냈다. 반도체, 가전, 조선, 자동차, 휴대전화 등의 일부 분야에서는 우리가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에 서기도 했다.

이 때문에 2000년대에 들어서부터는 선진기술의 도입·모방 전략과 시스템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게 되었다. 그동안 우리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끌었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추격자) 전략을 넘어선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서의 능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기술의 발전속도가 점차 가속화하고, 정보기술(IT), 바이오테크놀로지(BT), 나노기술(NT) 등과 같은 다양한 기술이 서로 융합해 나타나는 환경변화에 적절한 대응이 더욱 어려워졌다. 이른바 ‘탈추격형’ ‘창조형’ 혁신체제로의 전환을 논의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김종경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이처럼 원천기술을 해외에 의존하는 추격형 모델로는 중국을 필두로 기존의 우리가 추구해온 모방전략을 구사하는 신흥국의 부상을 견뎌내기 어렵게 됐다. 또한, 선진국에서는 지속적인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해 더더욱 기술이전을 기피함으로써 우리 내부적으로 원천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혁신능력은 기술경쟁에서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탈추격형’ ‘창조형’ 패러다임 시대에 정부출연연구기관과 같은 공공부문의 역할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특정분야의 핵심기술을 개발하는 전문화된 능력이 절실하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특정분야에서만큼은 세계적 수준의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IT, BT, NT 등과의 기술융합과 산업계·학계와의 공동체적 협력이 필수적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연구원에서는 지난 9월 3일 자체 개발한 소형 원자로 SMART의 상용화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상세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스마트 원자로는 대형 상용원전의 14분의 1 규모인 100MWe의 소형 원전으로, 원자로 시스템의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 안에 배치해 일체형 원자로로 불린다. 배관이 없기 때문에 원전 사고의 주 원인인 배관 파손 사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킨 신개념의 원자로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 발전 과정 속에는 앞으로 우리 과학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교훈이 담겨져 있다. 지난 반세기의 산업화 과정에서 우리는 선진국을 추격하면서 성장을 추구해왔지만, 선진국과 신흥국의 틈바구니에서 우리만의 독자적인 창조성이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바야흐로 아시아, 아프리카, 중동 등 세계 곳곳에서 내일의 대한민국을 꿈꾸며 우리를 모방하는 수많은 나라를 보게 된다. 그들을 선도해야 할 위치에 서게 된 오늘, 그 해답은 마땅히 창조와 혁신이다.

김종경 한국원자력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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