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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만족의 그늘…"제 감정은 무뎌집니다"

입력 : 2015-10-13 19:32:50 수정 : 2015-10-14 08:3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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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싶은 텔레마케터… 고용원 분석 730개 직업중 감정노동 강도 가장 세
#1. 텔레마케터(전화통신판매원)로 8년째 일하고 있는 박모(36·여)씨는 “이 일을 하면 감정이 무뎌진다”고 말했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성희롱 발언과 이유 없는 욕설을 듣지만 짜증 한 번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텔레마케터의 상당수가 1, 2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둔다”며 “5년 이상 일하면 감정 자체가 메말라 ‘감정불감증’이 생긴다”고 말했다.

#2. 부산의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근무하는 이모(40·여)씨는 밤늦게 호텔 바에서 주문을 받던 중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손님 한 명이 다리에 손을 갖다 댔기 때문이다. 손님은 술을 다 마시고 바를 떠날 때쯤에야 건성으로 사과를 했다. 이씨는 “손님의 부당한 대우에 항의하려면 직장을 그만둘 각오를 해야 한다”며 푸념했다.

텔레마케터와 호텔관리자, 주유원 등 대인 접촉이 빈번한 서비스업 종사자의 감정노동 스트레스가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특히 텔레마케터의 경우 730개 직업 가운데 감정노동 강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지방자치단체와 시민단체, 기업 등을 중심으로 감정노동자 보호를 위한 대안들이 나오고 있지만 서비스업 종사자들이 느끼는 감정노동의 현실은 여전히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국고용정보원은 국내 730개 직업 종사자 2만5550명의 감정노동 강도를 분석·비교한 결과를 발표했다. 감정노동이란 고객이나 소비자의 기분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고무시키거나 억제하는 근로행위를 말한다. 고용정보원은 직업별 감정노동 강도를 측정하기 위해 ▲전화·대면·전자메일 등 대인 접촉 빈도 ▲외부 고객 또는 민원인 대응의 중요도 ▲불쾌하거나 화난 사람을 대하는 빈도 등을 고려했다.

분석 결과 텔레마케터의 감정노동 강도가 12.51(최고 15점)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호텔관리자(12.26), 네일아티스트(〃), 중독치료사(11.97), 창업컨설턴트(11.94), 주유원(〃), 항공권 발권직원(11.91) 등이 감정노동 강도가 높은 직업으로 조사됐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대인 접촉 빈도가 높은 직업은 주유원, 중독치료사, 치과위생사 등이었다. 외부 고객 또는 민원인 대응이 중요한 직업으로는 중독치료사, 자연환경 안내원, 보험대리인 및 중개인 등이 상위에 올랐다. 일을 하면서 화난 고객 또는 무례한 사람을 대하는 빈도가 높아 정신적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으로는 텔레마케터, 경찰관, 보건위생 및 환경 검사원, 항공기 객실승무원 등이 꼽혔다.

이처럼 감정노동이 많은 직업은 고객 또는 민원인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직무수행이 이뤄지는 의료·항공·경찰·영업·판매 등 서비스 직업군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고용정보원 박상현 연구위원은 “최근 서비스 관련 직업군의 비중이 커지면서 ‘고객만족’이라는 문화가 만들어 낸 그늘이 감정노동”이라며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웃는 얼굴으로 고객을 대해야만 하는 감정노동 직업인을 위한 관심과 배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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