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조원대의 피해규모에서 보듯 사건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피해자들은 주로 40∼60대 가장이고, 그들의 가정은 풍비박산이 났다. 빚에 허덕이고 가정불화를 겪은 이들이 부지기수다. 피해자 모임인 ‘바른가정경제실천을 위한 시민연대’ 관계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피해자만도 30여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검찰이 그동안 확인한 조희팔의 은닉재산은 1200억원대로, 피해 보상을 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검찰은 우선 조씨 사망설 진위부터 확인해야 할 것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08년 12월 중국으로 밀항한 조씨는 2011년 12월 현지에서 숨진 것으로 돼 있다. 경찰은 2012년 5월 사망의료증명서와 화장증, 장례식 동영상을 근거로 조씨가 사망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증명서에 중국 공안 직인이 찍히지 않았고 화장증 발급 날짜가 사망 이전인 점 등을 들어 조씨의 자작극이라고 보고 있다. 어제 한 언론은 조씨가 사망했다는 시점보다 석 달 뒤에 이뤄진 통화에서 조씨의 조카가 “삼촌(조희팔)이 노발대발하고 있다”며 조씨의 생존을 암시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조씨의 로비 대상과 비호 세력도 한점 의혹 없이 철저하게 파헤쳐야 한다. 조씨는 검찰과 경찰은 물론이고 정치권까지 광범위하게 로비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김광준 전 서울고검 부장, 권모 총경 등 검찰과 경찰의 전현직 관계자 6명이 조씨 측에서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처벌받았으나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얘기가 파다하다. 어제 공개된 조씨 조카의 통화 내용에도 검찰 고위간부 출신의 변호사와 전 검찰 중간간부들 이름이 등장한다. 검찰은 자기 살점을 잘라내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수사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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