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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역사 국정화가 국론 분열 부르는 엄연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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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0-13 20:42:03 수정 : 2015-10-13 23:4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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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 길에 오르기 전 어제 임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해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박 대통령은 “동북아와 주변의 지형 변화가 빠르게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역사관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문화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며 “통일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올바른 역사관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비판 여론은 상당하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이 국정화를 밀어붙이는 이유가 이 같은 국가안보적 관점 때문이었음을 비로소 확인하게 된다. 중국과 일본의 민족주의적 우경화에 대처하고 머잖은 미래에 실현될 남북통일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일사불란한 역사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역사 교과서의 발행체계를 고쳐 나라를 안전하게 지켜낼 수 있고 미래의 번영이 약속된다면 의당 그 길로 가야 한다. 박 대통령은 그러나 국정화를 반대하는 국민에게 직접 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절차를 거쳐야 했다. 정책은 당위성과 필요성만으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국민통합을 위해서라고 말한다. 박 대통령도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금 나라와 국민 경제가 어렵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치권이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분열을 일으키기보다는 국민 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 말은 모순적이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현실은 우려한 대로 굴러가고 있다. 야당은 거리로 나가 국정화 반대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가두 투쟁 중인 야당 지도부 면전에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늘어놓고 있다. 어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민생과 노동개혁 등 국정과제는 뒷전으로 밀렸다. 우리나라가 역사전쟁으로 반으로 쪼개지는 형국이다.

이 문제는 타협으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찬성과 반대로 갈라 서 있어서 어느 한쪽이 손들지 않는 이상 대결 국면이 쉽게 해소될 것 같지 않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있어 대치 정국은 더욱 격렬해질 공산이 크다. 국정화에 대한 교육부 행정예고는 20일간의 여론수렴 기간을 거쳐 11월5일 확정고시된다. 아직 시간은 있다. 국론분열이 엄연한 상황에서 민생을 뒤로 밀어놓고서라도 국정화를 밀어붙일지 다시 한 번 심각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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