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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求道)의 화가’ 권순익 회폭를 담금질 하다

입력 : 2015-10-28 15:22:21 수정 : 2015-10-28 15: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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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이라기보다는 부조에 가깝다. 재료를 수 차례에 걸쳐 쌓아 올리고 담금질하는 작업방식 때문이다. 무채색 계열의 바탕색을 입힌 후에 수많은 원을 그리고, 모래 질감의 특수 소재를 물감과 혼합하여 그 위에 모양을 잡아 입히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 돌출된 군집의 원들은 흑연으로 셀 수 없이 덧입혀져, 마치 연금술의 기적이 일어나 물질의 속성이 변한 듯 은은한 광채를 띄운다. 중견작가 권순익(56)의 ‘무아(無我)’ 시리즈다.

화폭에 수 없는 흑연 칠은 어느순간 칠하고 있다는 행위 자체도 의식하지 못하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행위와 무행위의 경계마저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화폭은 동그라미 모양의 원소들이 무한 반복 되면서 하나의 움직임을 이루는 추상의 세계로 진입한다. 작가에게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일종의 ‘수련’을 하는 행위로 흑연을 문지르고 칠하는 반복 작업에 몰입함으로써 작가 자신뿐 아니라 관객을 무아의 세계로 이끈다. 작가의 자의식에서 무아의 경지로 떠난 모험이 이내 자연 혹은 우주의 질서에 이르는 풍경이다. 

무채색 화폭에 흑연의 반질반질한 광택과 율동이 느껴진다. 아기자기하고 다채로운 색상의 군무가 눈에 띈다. 한 생명이 태어나 피고, 여물고, 지고 다시 태어나는 에너지가 마치 씨앗처럼 원형의 마띠에르에 심어져 눈에 띄지 않게 진동하고 있는 듯 하다.

권 작가는 최근 베네수엘라 국립현대미술관(Museo de Arte Contemporaneo, Caracas, Venezuela) 초대전을 시작으로 줄리아 현대미술관, 메리다 근대미술관 등 순회전시서 호평을 받았다. 서양의 재료를 기본으로 하나 한국 고유의 정서와 색감을 이용한 추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동서양의 면모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29일부터 내달 20일까지 UNC 갤러리 초대전. (02)733-2798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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