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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도 아리랑’ 명인 多 모인다

입력 : 2015-10-29 20:43:34 수정 : 2015-10-29 20: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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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는 해주 아리랑… 멋스러운 서울 아리랑… 힘 넘치는 밀양 아리랑…
문화재보호법은 중요무형문화재를 지정할 때 특정한 보유자 혹은 보유단체를 규정하도록 되어 있었다. 무형문화재는 실체가 없기 때문에 보유자와 보유단체를 명시해 안정적인 전승을 담보하려는 취지였다. 이 조항이 지난해 보유자와 보유단체를 인정하지 않아도 되도록 개정됐다. 지난달 중요무형문화재 129호로 지정된 아리랑은 개정법을 적용한 첫 사례다. “아리랑은 전국적인 기반을 가지고 다양한 주체에 의해 전승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특정한 보유자와 보유단체를 인정하는 게 오히려 전승에 방해되고,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아리랑 때문에 법 개정이 이뤄진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경기민요(중요무형문화재 57호) 보유자인 이춘희 명창은 2012년 프랑스 파리에서 아리랑이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당시 회의장에서 했던 공연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공연 시간이 워낙 짧았고, 외국인들에게는 낯선 노래일 텐데 정말 호응이 좋았어요.” ‘한국인의 아리랑’을 넘어 ‘세계인의 아리랑’으로 인정받은 데 대한 감격이었다.

아리랑의 뿌리는 깊고 넓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라도 한 자락 부를 수 있는 아리랑의 보유자를 인정한다는 게 난센스일 정도다. 세계유산 등재로 보편성 확대의 폭도 훨씬 넓어졌다. 한국의집이 다음달 15일까지 한국의집 민속극장에서 여는 ‘아리랑’ 특별공연과 전시회에서 아리랑의 이런 면모를 가늠할 수 있다. 

아리랑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이자 세계유산으로 등재돼 인류가 함께 보호해야 할 문화재로 인식되고 있다. 김광숙, 이춘희, 임정자, 이춘목 명창(뒷줄 왼쪽부터)이 한국의집 공연단과 함께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공연은 전국의 아리랑을 지역별로 묶어 선보인다. 이 명창과 제자들은 ‘구 아리랑’이란 제목의 개막 공연을 지난 27일 선보였다. 이들이 들려준 ‘팔도 아리랑’은 유장하게 흐르다가 깊게 가라앉고, 순간 흥겹게 들썩였다. 이름은 ‘아리랑’ 하나지만 그 안에 다양한 정서가 녹아 있는 것이다.

지역별 아리랑은 특색이 분명하다. 김광숙 명창이 공연하는 ‘해주 아리랑’은 가장 경쾌하다. “아리랑 고개는 웬 고갠가 넘어갈 적 넘어올 적 눈물이 난다”며 가사는 슬픔을 표현했지만 세마치 장단과 만나면서 흥을 더한다. 임정자 명창이 부를 ‘밀양 아리랑’에는 힘이 넘친다.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섣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 가사도 당당한 이 노래의 곡조는 ‘독립군 아리랑’으로 쓰였다. ‘서울 아리랑’은 도도하다고들 한다. 서울 양반들이 부르는 시조처럼 유장하고 멋스럽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료구려”하는 가사는 서울의 말씨를 닮았다. ‘긴 아리랑’이라고도 하는데 유의호 명창이 들려준다. “열라는 콩팥은 왜 아니 열고 아주까리 동백은 왜 여는가”하는 ‘강원도 아리랑’은 보드라운 매력을 지녔다. 강원도 아리랑 공연은 김길자 명창이 맡았다. 

아리랑은 일찍부터 서구 각국에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재로 소개됐다. 사진은 1950년대 미국에서 발매된 아리랑 음반.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국악평론가 윤중강씨는 “나폴리 지방의 민요가 이탈리아 민요가 된 것처럼 민요는 한 지역에서 출발해 나라 전체로 번지는 게 보통”이라며 “아리랑은 여러 지역에서 같으면서도 다른 형태로 불리다 한국의 민요가 됐다. 그래서 세계의 민속음악학자들이 놀란다”고 말했다. 이 명창은 “예전에는 ‘애절하다’, ‘한이 서렸다’고 했는데 이제는 아리랑에서 희망을 읽어낸다. 아리랑의 정서는 시절에 따라서도 다양하게 해석된다”고 소개했다.

공연장 주변에 마련한 작은 전시회는 일찍부터 아리랑이 한국을 세계에 알리는 통로였음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모았다. ‘아리랑의 노래’는 193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누리던 여가수인 아와야 노리코와 하세가와 이치로라는 이름으로 일본에 진출한 가수 채규엽이 부른 아리랑이 실린 음반이다. 일본의 한 음반제작사는 한국에 주둔하다 일본을 거쳐 귀국하는 유엔군을 위해 아리랑을 포함한 ‘사운즈 오브 코리아’(한국의 소리)’ 음반을 1954년 발매했다. 같은 해 미국 데카 레코드에서 낸 ‘Ah Ri Rung’(아리랑)은 잭 플레이스와 그의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부르고 연주한 아리랑을 담았다.

한국의집 김갑도 관장은 “아리랑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속으로 퍼져나가 다양한 형태로 계승 발전되었다”며 “이번 공연과 전시가 아리랑을 통해 지역과 세대를 화합하는 흥겨운 문화의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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