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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근칼럼] 새로운 외교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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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01 21:31:38 수정 : 2015-11-02 01:3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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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사이에서 선택 강요받는 韓
우리의 핵심 이익 지키는 외교를
사람은 누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결정하려고 한다. 국정의 책임자도 다른 나라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려고 한다. 이러한 원론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는 강대국으로 둘러싸여 있다. 우리나라의 정책 결정은 강대국의 이해 관계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으므로 독자적인 결정이 쉽지만은 않다. 그간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영토를 개척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 사회에서 자신만의 뚜렷한 정체성을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인 주목을 끄는 사건이 발생하면 우리나라는 찬반의 명백한 입장을 표명하기보다 ‘조용한 외교’에 주력했다. 대외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공표하지 않고 당사자 간의 물밑 대화를 통해 실익을 챙기는 방식을 선호했다. 명분보다는 실익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현실주의 노선을 선택해왔다고 할 수 있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동양철학
최근 우리나라는 전통적인 우방인 미국과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에 자주 놓이고 있다. 중국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의 설립을 선언하자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관계를 고려하며 장고 끝에 참가를 결정했다. 미국이 주도하여 12개국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체결하자 우리나라는 초기에 선뜻 가입을 선언하지 못하다가 가입을 적극 추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정경분리의 원칙에 의거해 국가 안보와 관련해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경제적 사안은 중국의 입장을 중시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의 보폭을 보여왔다. 한반도의 유사시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능력으로 안전을 확보할 수 없으므로 미국과 혈맹 관계를 유지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수출 의존의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는 대외 무역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 경제 협력을 무시할 수가 없다.

안미경중의 원칙이 현실에서 충돌하지 않고 작동한다면 우리는 또 다른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없다. 최근 미국 정부는 남중국해의 영토 분쟁에 적극 개입하며 우리나라에게 명백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이 사안은 AIIB의 참가처럼 안미경중의 원칙으로 판단할 수 없다. 안보의 문제라서 미국을 지지하면 중국은 우리가 자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다. 경제의 문제라서 중국을 지지하면 미국은 우리가 한·미·일의 동맹에 따라 중국을 견제하려는 전략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려면 조용한 외교와 안미경중이 아닌 새로운 원칙을 필요로 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상대로부터 실익을 취하면서 정작 중요한 사안에서 한발을 뺀다는 오해를 받고 불만의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이러한 오해와 불만이 깊어지면 사실과 달리 자칫 우리나라의 무임승차론이 기승을 부릴 수 있다. 이러한 증후는 현재 미국의 대선 과정에서 여러 후보자의 입에서 제기되고 있다.

춘추전국시대에 사상가와 일반인들은 국가 간의 합종연횡(合縱連橫)을 음모나 권모술수로 보고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맹자는 합종과 연횡을 일삼는 책략가를 극형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소진(蘇秦)은 당시 국제 관계에서 일국의 생존을 위해 외교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길은 외교 대상을 잘 고르는 데 달려 있다. 외교 대상을 잘 고르면 백성이 편안해지지만 외교 대상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면 백성들은 평생 편안해질 수 없다.” 그는 택교(擇交)가 국가의 생존과 백성의 안정에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고 보았다.

이제 우리는 지금 당장의 정국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라는 현안만큼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비전을 그려야 한다. 눈앞의 문제만을 가지고 싸움을 벌이다가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지 못했던 20세기 한반도 상황을 되풀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의 핵심 이익이 무엇인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외교 전략을 새롭게 짜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 노력하더라도 결코 빠르다고 할 수 없다.

신정근 성균관대 교수·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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