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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현칼럼] 예산제도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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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08 21:43:38 수정 : 2015-11-08 21:4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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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심의기간 짧아 해마다 ‘졸속’
‘답습’ 아닌 성과예산제로 개편을
우리 헌법 제54조 제2항은 ‘국회는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까지 다음 해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날이 올해는 12월 2일이다. 해마다 연말이 가까워지면 예산 심의기간이 부족해 해마다 허둥댔는데 올해에는 예산심의 도중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여야가 충돌하는 바람에 며칠간 국회가 공전을 거듭했다. 그나마 다시 모든 국회 일정을 정상화하기로 해 다행이다. 그러나 올해도 기한 내에 예산안 통과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이번 공전(空轉) 이전에도 국회가 문을 닫고 놀고 있었던 것이 아닌데도 예산통과 시한은 늘 지키지 못했다. 왜 일까. 국회심의 기간이 너무 짧고,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이 숫자만 나열을 해놨지 그 내용이 부실하기 그지없었기 때문이다. 민주국가에서 예산은 숫자와 돈으로 표현된 정책이며, 정책은 구호가 아니라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말하는 것인데도 말이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 이사장·전 한양대 석좌교수
국회가 심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선, 국회 심의기간을 크게 늘려야 한다. 우리 국회는 국정감사 기간을 빼면 그 기간이 채 두 달이 못 된다. 같은 대통령책임제를 표방하는 미국에서는 1월에 예산안을 제출하고 회계연도는 10월1일에 시작하니 심의기간이 우리나라보다 4배나 되는 평균 8개월이다. 우리의 경우 국회의원들이 일을 잘 못하면 기간이라도 더 줘야 하는데 기간마저 짧다보니 졸속심의가 어쩌면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는 9월 초 국회에 다음해 예산안을 보내는데도 그 즈음 국회는 국정감사를 하느라 적어도 한 달 반 내지 두 달을 소비한다. 물론 국정감사는 헌법이 준 매우 중요한 국회의 권능이다. 정부는 결산을 국회에 보고하면서 동시에 국정감사를 받고 거기에서 지적된 것을 반영해 새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이 옳다.

이렇게 된다면 적어도 새해 예산안이 5월 말이나 6월 초 국회에 제출될 수 있다. 사실상 예산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고정비의 계산이 어렵지 않아 예산 편성에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또 새해 예산에 들어갈 신규 사업의 규모와 우선순위 역시 세입추계와 함께 입법부와 행정부 간의 당정협의체를 통해 평소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수 있기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다음으로, 예산 편성 제도 자체를 현재의 전년도 답습 예산 제도에서 성과예산 제도로 개편하는 것이다. 성과예산제도는 한마디로 지금처럼 예산의 궁극적 목적인 정책 달성 여부에 대한 평가와 예산 배정을 연계해 예산이 분명하게 정책 목표를 달성했는가를 평가하도록 법제화하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그 책임을 추궁하는 ‘KF-X 차세대 전투기사업 계획’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확실하지도 않은 핵심기술 이전을 전제로 한 새 전투기 사업에 총사업비 18조원을 지출하겠다는 것인데, 핵심기술 이전을 끝내 미국이 거부하자 이제부터 기술을 개발하거나 제3국에서 들여오도록 협의하겠다는 식의 사업계획은 처음부터 부실한 계획이기에 예산에 포함하지 말았어야 했다. 물론 이 같은 일이 쉬운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부실한 사업계획서로는 성과를 낼 수 없기에 각 부처는 예산 신청 이전에 달성 가능한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데 노력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알찬 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궁극적으로는, 완벽한 사업계획서로 매년 각 부처의 정책목표가 달성되면 그만큼 예산수요는 줄어들어 더 많은 신규 사업을 계획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알찬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각 부처와 예산 주무부처 예산담당 전문인력의 대대적인 육성이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그리고 이 같은 성과예산 제도로 전환하는 데는 범정부적인 장기적 정책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이제는 여야 의원들이 해마다 국가 운영과 국민 생활 전반에 부정적인 결과를 몰고 오는 부실 졸속 예산처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예산제도 개편에 지혜를 모았으면 한다.

조창현 (사)정부혁신연구원 이사장·전 한양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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