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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서 비워 낸 자기애…최자현의 부조회화 전

입력 : 2015-11-11 16:22:36 수정 : 2015-11-11 16: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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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판위에 그릇이 그려져 있다. 한 화면에 다양한 각도에서의 그릇이 펼쳐져 있기도 하다. 거울에 비친 이미지 처럼 대칭적 배열도 눈길을 끈다. 마치 카라바조(Caravaggio)의 작품 ‘나르시스’를 보는 듯하다. 어두운 배경 속에 빛으로 강조되고 있는 수면을 바라보는 인물은 단순하지만 극적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르시스라는 목동은 매우 잘생겨서 그 미모 때문에 여러 요정들에게 구애를 받지만 나르시스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양떼를 몰고 거닐다 호숫가에 다다른 나르시스는 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세상에서 처음 보는 아름다운 얼굴이 있었다. 나르시스가 손을 집어넣으면 파문에 흔들리다가 잔잔해지면 또 다시 나타나곤 했다. 나르시스는 물에 비친 모습이 자신이라고는 미처 생각치 못하고 깊은 사랑에 빠져 결국 그 모습을 따라 물속으로 들어가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런데 나르시스가 있던 자리에서 꽃이 피어났고 그것이 바로 수선화다.

“그릇을 통해 나르시스(自己愛)를 말하고 싶었다. 그릇은 마음을 담는 진정한 자기애의 형상화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그릇에 맞는 적정한 자기애는 타인도 사랑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 된다. 자신을 사랑 할 줄 알아야 타인도 사랑할 수 있다.”

최자현 작가가 가나인사아트센터애서 11일∼17일 ‘마음을 담는 그릇’전을 연다. 그가 그릇을 통해 자신의 ‘깜양’을 성찰해 볼 것을 권유한다. 어쩌면 겸허해 지고 싶은 작가 내면의 모습이기도 하다. 삶 속에서 각자 자신의 ‘인생 그릇’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를 생각케 해준다.

“빈 그릇에 담긴 명품가방을 생각해 보세요. 허영심의 극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누군가를 위해 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담긴 그릇이거나,덜어낸 빈그릇의 비움의 미학을 말하고 싶어한다. 그릇이란 긍극엔 채워서 비우는 것이 순리라는 얘기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기존의 평면회화 작업과는 차별화된 또 다른 형식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동안 도자기나 과일, 음료수 캔, 병 등을 소재로 부조와 회화를 결합한 방식의 회화작업을 해 온 그는 이번엔 나무 판넬을 양각과 음각의 형태로 깎아낸 후 채색을 하여 평면에서 탈출한 작품들을 보여준다. 부조회화라 할 수 있다. 사물의 앞면과 뒷면, 윗면과 아랫부분 같이 보이지 않는 부분의 모습까지도 한 화면에 온전하게 보여주고자 독창성 있는 표현방식을 채택하여 실물처럼 생생하게 묘사해 냈다. 평면회화의 유쾌한 반란이다. 단색조의 평면이 입체감을 배가시켜 준다. 극사실적 묘사와 단색조의 조화라 할 수 있다. 극사실회화를 추구하는 많은 작가들이 즐겨 쓰는 방식이다.

“극사실 회화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부조 방식을 도입했다. 양각과 음각,회화의 융합이다.”

그는 이 같은 작업을 하기 위해 하루 20시간 가까지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작업의 특성상 많은 시간을 요하기 때문이다.

“수행하듯 작업을 했다. 전시준비를 하면서 많은 시간을 혼자 있게 해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소홀한 면도 많았는데 묵묵히 참아주고 지켜본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내가 힘들 때 격려도 해주고 감상하는 즐거움을 주는 그릇을 그릴 수 있게 옆에서 많은 힘이 돼줬다. 각자 그릇에는 어떤 마음을 담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가 됐으면 한다. ” 

편완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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