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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노고단 운해 따라 번뇌도 흘러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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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13 10:00:00 수정 : 2015-11-13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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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승탑 앞에서 '나무아미타불'
전남 구례 가면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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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녀온 전남 구례는 잘 알려진 화엄사, 사성암, 온조루 말고도 많은 볼거리와 얘깃거리, 추억을 안겨주는 고장이다. 1박2일 구례 여행 중 단풍이 한창인 피아골에 가기 전 들른 연곡사도 가볼 만한 곳이다. 

삼대삼미의 고장인 전남 구례는 얘깃거리와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다. 가을국화가 만개한 토지면 내동리 연곡사 경내를 방문객이 둘러보고 있다.
워낙 잘 알려진 화엄사 못지않은 사찰이 바로 토지면 내동리에 있는 연곡사다. 규모 면에서는 비교할 수 없지만 화엄사처럼 어엿한 조계종 교구본사다. 화엄사 종주 연기대사가 창건했으나 임진왜란과 6·25전쟁으로 소실됐다가 1981년부터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 가을국화축제가 열리고 있어 경내 분위기가 화사했다. 이곳은 요즘 구례 방문객이 피아골 단풍 구경에 앞서 반드시 들르는 장소다.

연곡사라는 이름에 얽힌 전설이 있다. 연기대사가 절터를 찾고 있을 때 현재 법당 자리에 있는 연못이 소용돌이치더니 제비 한 마리가 날아가는 것을 보고 그 자리를 메워 법당을 짓고 연곡사라고 했다고 한다. 

3m 높이의 동승탑(동부도)은 이 절을 대표한다. 도선국사의 승탑이라고 전해지는 것으로, 우리나라 승탑 가운데 가장 크다. 장식과 조각이 정교하고 형태가 아름답다. 승탑 주변을 둘러싼 철책을 없앴다. 승탑에 가까이 다가가 세밀히 감상할 수 있어 좋다. 

연곡사에서 방문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경내에 있는 의병 고광순 순절비다. 을사조약으로 항일의병이 일어날 당시 담양 출신의 고광순은 연곡사에 근거지를 두고 의병활동을 전개했다 일제의 기습을 받아 순절하고 절 또한 불탔다고 한다. 

구례 5일장에서는 추억의 뻥튀기 기계를 볼 수 있다.
구례 오일장은 어린 시절 시골 장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공간이었다. ‘구례읍내장’이라고도 불리는데 매월 3, 8이 든 날 장이 선다. 일제강점기에는 구례읍 봉동리 317번지 근처에서 장이 섰다가 광복 후 현재의 구례 상설시장 쪽으로 장터를 옮다가 1959년부터 현재의 봉동리로 다시 이전했다. 생필품과 농·수·축산물이 유통된다. 특히 구례 특산품인 산수유를 비롯해 당귀, 생지황, 백지, 산수유 등의 한약재가 많이 거래되는 약재시장으로 유명하다. 지리산에서 나는 송이·고사리·더덕·취·칡·작설차·토종꿀도 거래된다. 과거에는 목기시장으로 유명했다. 가동(어물전)·나동(잡화전)·다동(채소전)·라동(싸전)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자가 찾은 이날 특산물인 단감을 팔러 나온 주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최근 집에서 키우는 견공이 새끼를 낳았다며 강아지 다섯 마리를 팔러 나온 농부도 눈에 띈다. 시장 모퉁이에서 곡식을 튀겨주는 뻥튀기 할아버지와 시뻘겋게 단 쇠뭉치를 연신 두드리는 젊은 대장장이의 모습도 정겹다. 

잘 알려져 있지만 풍수지리가들이 ‘명당’으로 손꼽는다는 토지면 농평마을도 둘러봤다. 삼도봉에서 뻗은 능선에서 고작 10여분 떨어진 산중 오지마을이다. ‘노호농골(老號弄骨)’의 명당터 근처의 평평한 땅이라고 해서 ‘농평’이라 불렸다고 한다. 14가구가 모여 사는데 절반 이상이 명당터에 살고 싶어 내려온 외지 사람들이다. 이 마을의 해발고도는 650m에서 803m까지 자료마다 약간씩 차이를 보이는데, 800m가 넘는다면 ‘하늘 아래 첫 동네’는 바로 이곳이라는 얘기도 있다. 농평은 도로가 갈 수 있는 가장 끝 명당이라 하여 지관들이 들여다보기도 한다. 지리산 종주를 하다 보면 들를 수 있는 곳이다. 

노고단 아래 펼쳐지는 ‘구름바다’가 장관인 노고단 운해
구례에서 빼놓지 말아야 할 경관은 한두 곳이 아니다. 그중 구례십경 가운데 제1경인 노고단 운해가 대표적이다. 해발 1507m 높이로 솟아 있는 노고단은 천왕봉, 반야봉과 더불어 지리산 3대 주봉 중 하나로 수많은 봉우리 가운데서 영봉으로 손꼽힌다. 특히 노고단 아래 펼쳐지는 ‘구름바다’의 절경은 지리산을 지리산답게 만드는 제1경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남쪽으로부터 구름과 안개가 파도처럼 밀려와 노고단을 감싸안을 때 지리산은 홀연히 아름다운 구름바다의 장관을 이룬다. 

해발 1732m로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의 낙조는 ‘구례10경’ 가운데서 대표적인 볼거리다.
반야봉 낙조도 장관이다. 해발 1732m로 지리산 제2봉인 반야봉은 노고단에서 임걸령으로 뻗어나가는 높은 능선으로 이어지는 동북방 5.5㎞ 지점 산 중심부에 위치하여 지리산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반야봉에 오르는 기쁨은 낙조의 장관에서 찾을 수 있다. 한낮에 창창하던 햇빛이 그 화려했던 순간들을 뒤로하고 어둠 속으로 조금씩 깊은 산속으로 사라져갈 때 인간의 모든 번뇌가 사라지고 마음이 정화된다. 

해마다 겨울철 출사객들이 고대하는 것은 노고단 설경이다. 노고단 정상은 길상봉이라 불리며 정상에서부터 서쪽으로 완만한 경사를 이루는 99만㎡(30만평)의 넓은 고원이 있다. 옛날에는 이곳에 지리산 신령 선도성모를 모시는 남악사가 있었다 해서 산신 할머니를 모시는 단이라는 의미의 노고단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화엄사, 천은사, 만복대, 피아골, 뱀사골 등의 지리산 등산코스는 이곳을 경유해야 한다. 이곳의 설화가 벌써 기다려진다. 설화는 봄의 철쭉, 여름의 원추리와 운해, 가을의 단풍과 더불어 철따라 변하는 절경을 선사한다.

구례=글·사진 박태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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