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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공간 ‘백악관 침실’ 엿보다

입력 : 2015-11-14 03:22:23 수정 : 2015-11-14 03: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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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클린 자리 비우면 누드파티 즐긴 케네디… 벌거벗은채 생활하기 좋아한 레이건부부
르윈스키와 스캔들 터지자 침실 못들어가… 서너 달 동안 서재서 ‘쪽잠’잔 빌 클린턴
케이트 앤더슨 브로워 지음/이나경 옮김/문학사상사/1만6000원
백악관의 사생활/케이트 앤더슨 브로워 지음/이나경 옮김/문학사상사/1만6000원


어느날 아침 클린턴 부부가 쓰는 침대에 피가 낭자했다. 매일 아침 정확한 시간 청소하러 들어왔던 가사도우미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황망히 관저 근무자를 호출했다. 누군가 빨리 와서 상황을 파악해달라는 것이었다. 빌 클린턴의 피였다. 그날 대통령은 머리를 몇 바늘 꿰매야 했다. 그는 한밤중에 일어났다가 욕실 문에 부딪히는 바람에 다쳤다고 둘러댔다. “영부인께서 던진 책에 맞은 것이 분명해요.” 어느 근무자가 말했다.

물줄기가 바늘처럼 가는 구멍에서 엄청나게 세게 사방에서 뿜어져 나왔다. 노즐이 여러 개 달린 샤워기였다. 샤워기 노즐 가운데 하나는 린든 존슨 대통령의 성기를 정통으로 향하게 되어 있었다. 그는 평소 자신의 것을 ‘점보’라고 불렀다. 또 하나의 노즐은 엉덩이를 향해 쏘았다. 대통령은 그러면서 희열을 느낀 것 같았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백악관 4층에서 크리스틴 리 머릭 가사관리실장과 악수하고 있다.(위 사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퍼스트 레이디 미셸 오바마가 백악관 승강기 안에서 웃으며 대화하고 있다.
문학사상사 제공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해냈어, 내가 해낸 거야. 드디어 입성했어”라고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음악소리가 갑자기 커졌는데 메리 J 블라이즈였다.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들은 정장을 벗은 차림이었다. 대통령은 셔츠만 입고 있었고, 영부인은 티셔츠에 트레이닝 바지를 입고 있었다. 대통령이 영부인 손을 잡더니, 둘은 어느새 블라이즈의 히트곡 ‘리얼 러브’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다.

‘백악관의 사생활’은 역사로 기록될 수 없었던 백악관 침실에 숨겨진 뒷이야기들을 은밀하게 펼쳐놓는다. 백악관이란 무대는 비극과 희극이 돌아가며 상연된다. 아무도 엿볼 수 없는 ‘백악관의 밤 역사’ 이야기가 책에 공개된다.

미국 대통령이 거처하는 백악관은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그래서 더욱 세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저자는 대통령의 두 걸음 뒤에서 일하는 관저 근무자들 100여명의 익명 증언을 책에 담았다. 그들은 대통령의 집사, 가사도우미, 요리사, 플로리스트, 도어맨, 배관기사라는 이름으로 백악관 주인에게 충성을 바친다. 백악관에서 먹고, 자고, 마시며 오직 대통령의 안위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다.

다시 클린턴 부부 얘기다. 저자에 따르면 힐러리는 르윈스키와 혼외정사를 벌였던 남편을 공식적으로는 용서하는 척했지만, 밤에는 그러지 못했다. 빌 클린턴은 힐러리가 던진 책에 맞은 뒤 서너 달 동안 침대에서 자지 못하고 2층 조그만 서재의 소파에서 눈을 붙였다.

케네디 대통령은 영부인 재클린이 자리를 비우면 참모들과 함께 수영장에서 여성들과 누드파티를 즐겼다. 재클린은 고풍스러운 취향을 즐겼다. 존슨 대통령은 뜨거운 고압력 샤워를 즐겨 관내 화재경보기가 울리는 바람에 백악관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부부는 벌거벗은 채로 생활하기를 좋아했다. 책에는 케네디 대통령 암살, 워터게이트 사건, 9·11 테러 등 미국 현대사의 숨가쁜 순간들도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1800년대 지어진 백악관의 공개되지 않은 비밀 공간들도 드러난다. 관저 근무자들은 대통령 가족을 방해하고 싶지 않을 때 이용하는 ‘뒤쪽 계단’과, 르윈스키 스캔들로 슬픔에 빠진 힐러리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졌던 수영장, 대통령 가족들이 가장 좋아하는 트루먼 발코니, 핵전쟁에 대비한 비상작전센터 등에 얽힌 에피소드도 전한다.

번역자 이나경은 “이 책은 또 다른 미국 현대사의 기록이며, 현장감 넘치는 구술역사이자, 미국과 세계를 이끌어갔던 사람들의 야사”라고 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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