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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印 관계 강화될수록 국익 부합
향후 100년 내다보며 진출 모색해야
인도가 경제개방정책을 막 추진하기 시작한 1990년대 초부터 현재까지 이어온 한 단체의 한-인도 회의를 마치고 오면서 인도정부가 선택한 선전구호인 ‘놀라운 인디아’가 매우 적절하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면에서 인도는 그야말로 놀라움을 자아낸다. 미국의 화성탐사선 메이븐의 총비용은 약 7000억원이었고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우주위기 영화 ‘그래비티’의 제작비는 약 1000억원이었는데 인도가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화성탐사선 망갈리안의 총비용은 770억원이었다고 한다. 10분의 1가격이다. 동시에 가장 최근 실시한 인도 인구조사(2011년)에 의하면 인도의 짙은 그림자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총인구 13억명 중 30%가 빈곤층, 73%가 농촌에서 생활, 생산인력 중 75%의 월평균 급여가 10만원 안팎, 35%의 문맹률, 그리고 불과 인구의 5%만이 세금을 낸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다음으로 펩시, 도이치은행, 마스터카드, 아도베시스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나라도 인도다. 참으로 ‘놀라운 인도’가 아닌가.

냉전 당시에 소련 및 사회주의권과 더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인도는 경제개방과 중국의 급부상의 결과로 미국과 서방진영에 더 가까워졌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월 방한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러시아와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한국과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데 박근혜 대통령과 합의했고, 외교안보는 물론 경제·통상·기술·교육·문화 등 포괄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자고 동의했다. 모디 총리는 집권 이후 인도 투자 유치를 위해 ‘메이드 인 인디아’를 강조해 왔고 최근에는 인도판 동방정책을 ‘동방을 주목하자’를 넘어서서 ‘동방처럼 행동하자’라는 구호를 강조하고 있다. 2016년 여름까지 이미 체결한 한·인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을 개선하기로 결정했고, 한국수출시장의 다원화와 경제분야의 협력 가능성은 거의 무한대다. 하지만 한·중관계와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한 예로 최근 개정된 한·인도 항공협정으로 양국 간 항공편 횟수가 주 20편 안팎으로 확대된 것은 다행이지만 한·중 간 주 1000편의 통계와 비교하면 한·인도관계가 얼마만큼 뒤져 있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국제안보학
한국은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 강국과의 관계에 몰입해 왔고 그만한 정치적·경제적 이유가 있다는 점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100년을 내다보면서 한국의 대외관계를 구상할 때 인도만큼 중요한 나라도 없다. 무엇보다도 인도가 강화되면 될수록 한국의 국익에 부합되며, 한국이 강화되면 될수록 인도의 국익에 부합되는 국제사회에서 흔치 않은 지정학적 공식을 확인할 수 있다.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의 힘의 투사능력에 대한 전략적인 견제를 위해 한·인도 간의 보다 긴밀한 군사적 교류와 협력은 필수적이며, 한국의 장기적인 해군력 강화를 위해 가능한 한 인도와 함께 핵추진 잠수함의 공동개발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북한과 파키스탄 간의 오랜 핵무기·탄도미사일 밀거래와 협력관계는 한국과 인도에 중요한 국가안보 위협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으며 양국 간의 정보교류와 협력도 한층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한국이 안고 있는 초고속 고령화사회의 문제점을 부분적으로나마 개선하기 위해서는 인도의 우수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중심으로 한 현지 연구·창조센터를 더 많이 세워야 하고 향후 20∼30년 동안 수천만명의 인구가 도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축적된 도시건축기술과 경험, 스마트 에너지 그리드, 교육·의료인프라 등을 적극적으로 교류할 수 있다. 인도는 이미 우리에게 시선을 돌리고 있다. 이젠 우리도 ‘인도로 가자’로 화답할 때가 됐다.

이정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국제안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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