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따뜻한 노래 남기고… 홀연히 떠난 천재가수

입력 : 2015-11-20 19:48:33 수정 : 2015-11-20 19:48:33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이태호 지음/눈빛/1만3000원
안녕-배호 평전 1942-1971/이태호 지음/눈빛/1만3000원


1971년 10월 20일 이종환이 진행한 MBC 라디어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에 출연 배호는 심한 기침을 했다. 배호는 가을비를 맞으며 귀가하다 쓰러졌고 지병인 신장염이 악화돼 27일 병원에 입원했다. 30일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옮긴 직후 혼수상태에서 사경을 헤메다 11월 7일 퇴원해 미아리 집으로 가던 중 숨졌다. 이 책은 고도성장기 그늘 속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노래를 선사하며 가난을 함께했던 1960∼70년대 최고 가수 배호의 불꽃 같은 삶의 이야기이다.

배호는 1930년대 말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한 아버지 배국민과 어머니 김금순 사이에서 4대 독자로 태어났다. 네 살 때까지 중국 산둥에서 자라다 광복과 더불어 귀국해 서울 빈민촌에서 살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아버지를 여의고 소년 가장으로 살다 가요계에 입문했다. 외삼촌 손에 이끌려 드럼을 치다 가수로 전업한 배호는 처음엔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다 ‘돌아가는 삼각지’ ‘안개 낀 장충단공원’ ‘누가 울어’ ‘당신’ ‘안녕’ 등으로 연속 히트하면서 한국 가요계 스타로 성장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 지독한 가난과 질병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다 병을 얻어 1971년 29세의 나이로 요절했다. 배호의 짧은 생은 8년 동안 점심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는 말에서 드러나듯 가난, 질병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인간 승리였다. 그가 이룬 대중가요의 업적은 무대에서 죽겠다는 순교자 정신의 발로에서 비롯됐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배호의 삶과 노래를 취재하고 집필하면서 파악한 주제는 위로였다. 사람은 한세상 살면서 위로받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배호 자신은 극심한 슬픔과 고통을 노래에 용해하면서도 여유와 희열로 가슴 아픈 이들을 위무한다”면서 “많은 사람이 그의 노래를 듣거나 부른 후 연원을 알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고 했다.

가난한 어린 시절과 눈물겨운 무명기에 이어 화려한 전성기, 그리고 끝내 병으로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이야기까지 이 책에 펼쳐진다.

김신성 기자 sskim@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리센느 메이 '반가운 손인사'
  • 아일릿 이로하 '매력적인 미소'
  • 아일릿 민주 '귀여운 토끼상'
  • 임수향 '시크한 매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