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여전히 어딘가에 살아 있다는 게 날 두렵게 해요. 저는 거의 매일 악몽을 꿉니다.”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크리시 디올(29?여)은 지난 5일(현지시간) 남자친구에게 끔찍한 폭력을 당해 6건의 수술을 받았다. 사정없이 날아온 그의 주먹에 오른쪽 눈이 함몰되고 얼굴과 목에 심한 부상을 입었다. 디올은 폭력에 신음하는 여성들을 위해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는 “일단 첫 폭력을 당하면 그 즉시 탈출해야 한다”며 “한 번의 폭력은 다음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디올은 여성들에게 “그 일(폭력)이 일어난 것은 당신들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디올의 남자친구는 폭행 후 도주해 현재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폭력에 신음하는 여성들
25일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이 34주년을 맞는다.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은 1961년 11월25일 도미니카 공화국의 미라벨 세 자매가 독재정부에 항거하다가 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1981년 라틴 아메리카 여성들이 가진 모임에서 시작됐다. 이후 1999년 유엔총회에서 ‘세계 여성폭력 추방의 날’로 제정돼 매년 11월25일 기념행사를 통해 각국에 폭력방지 메시지가 전달되고 있다. 그러나 여성폭력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오랜 시간 이어졌음에도 여전히 폭력에 신음하는 여성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의 여성폭력반대 공익광고. |
‘여성폭력’은 시공간을 구분하지 않고 일어난다. 교육수준이나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폭력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여성단체 ‘월드위민’(The world‘s Women)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현재 여성 3명 중 1명이 신체?정신적 폭력을 당하고 있다.
◆‘때리고 싶은 생각’을 참는 것보다 떠오르지 않도록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32%가 남성에게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별로는 동남아시아가 38%로 가장 높고, 아프리카(37%), 중동(37%) 등이 뒤를 잇는다. 연령별로는 40∼44세의 여성들이 가장 많이 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10대 때부터 폭력을 경험한 비율도 29%에 달했다. 그나마 ‘아는 사람에게 당한 폭력’에 한정한 조사여서 모르는 사람에게 당한 경우까지 넓히면 수치는 더 올라간다.
유엔 여성기구는 보고서에서 여성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폭력을 막기 위해 법, 정책, 지원서비스 차원의 변화도 이뤄져야 하지만 인식수준 제고노력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는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교육을 들고 있다.
이지수 기자 v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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