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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금주칼럼] 수저계급론으로 본 헬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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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2 18:06:01 수정 : 2015-11-22 18:0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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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배경 자체가 능력이 된 사회
나아질 희망 없다는 청춘의 절규
헬조선. 지옥 같은 대한민국을 가리키는 이 자조적인 용어가 우리 사회에 퍼지고 있다. 입시지옥, 취업난, 고물가, 차별과 부조리가 만연한 지옥 같은 한국 사회를 비난하고자 청년층이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언젠가부터 30대부터 70대까지 모두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30~40대는 치열한 경쟁과 빚, 50대는 고용불안과 자식부양, 60~70대는 노후 걱정에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질주의로 인한 경제적 불안이 가장 큰 문제이다. 조르주 퐁피두 전 프랑스 대통령은 그의 저서 ‘삶의 질’에서 중산층의 기준으로 ‘외국어를 하나 정도는 할 수 있고, 직접 즐기는 스포츠가 있고,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있고, 남을 대접할 요리 실력을 가지고 있고, 공분에 의연히 참여하고, 약자를 도우며 봉사활동을 꾸준히 할 것’ 등을 제시했다. 반면 국내 한 취업 포털 사이트 조사에 의하면 ‘부채 없이 아파트 30평 이상 소유, 월급 500만원 이상, 2000㏄급 중형 자동차 이상, 예금 1억원 이상’ 등이 중산층의 기준이었다. 이 둘의 차이는, 전자는 개인의 인성과 교양에 따라 중산층을 정의하지만 우리나라는 돈이나 자산으로 중산층을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데 수저론의 핵심은 이런 경제적인 배경이 이미 태어날 때부터 만들어져 있다는 데에 있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바로 우리 사회는 빈부격차는 심화되고, 공평하지 않고, 더 나아질 희망도 없다는 것이다. 금수저, 은수저, 동수저, 흙수저로 이미 타고난 가정 배경에 의해서 신분이 정해져 있다는 거다. 기성세대들은 이러한 자조를 어쩌면 자포자기해서 노력해봤자 라고 자신을 정당화·합리화하고 싶은 청년층의 핑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아래에 깔려있는 현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반성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

바로 서열화이다. 물론 서열을 매기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서열화를 통해 지배구조가 생기고 그 조직 내 규칙이 형성돼 질서가 유지되고 도리어 불만이나 갈등을 줄일 수 있다. 더 높은 서열로 올라가기 위해서 성취지향적으로 될 수 있고, 또 리더는 그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그래서 서열화는 모든 나라에 존재할 뿐 아니라 집단생활을 하는 동물 모두에게 종 보편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사회의 비정상적인 서열화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전체 재산에서 상속 증여로 취득한 재산 비중이 1980년대에 비해 거의 2배에 가깝게 급속도로 증가했다. 또한 국제 비교 조사에 의하면 살아가는 데 ‘부유한 가정 배경이 중요하다’라는 질문에 우리나라는 10명 중 8명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핀란드보다 2.6배 더 높은 수치이다. 이처럼 개인의 능력이 아닌 부유한 가족 출신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를 뒷받침하는 실험이 있다. 자신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하고 또 엄마에 관해서 이야기하게 하면서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서양인과 달리 우리는 엄마를 생각할 때도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와 같은 영역이 활성화됐다. 가족을 중시하는 동양적 심리에 의한 결과인 동시에, 한편으로 우리는 개인 자체가 아닌 그 가족, 배경을 중시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는 사람을 평가할 때 뉘 집 자식인지, 부모는 무얼 하는지 등 그 배경을 따지고 극단적으로는 가정배경 자체가 그 사람의 능력이 돼 버리는 것이다.

비정상화된 서열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권력과 부에 따른 책임이 필요하다. 서열이 낮을수록 의무는 산더미이고 권리는 적은 반면, 서열이 높아질수록 무제한의 권리가 주어진다고 느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오히려 그만큼의 책임과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가진 이들도 자신이 가진 높은 지위의 의미가 아무에게나 휘두를 권력을 보장하는 것이 아님을, 그 책임과 의무를 충실히 이행함으로써만 진정한 권위가 얻어질 수 있음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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