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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 준비' 멧돼지 잇단 도심 습격에 주민들 공포 확산

입력 : 2015-11-24 09:20:23 수정 : 2015-11-24 09: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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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등산객은 사망…"발견 시 주변 시설물에 몸 숨겨야" 겨울이 다가오면서 멧돼지의 '도심 습격'이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먹이를 찾아 산에서 내려온 멧돼지의 개체 수가 급증한 탓에 도심 출몰 현상이 빈번해진 것으로 보인다.

멧돼지는 심야는 물론, 대낮에도 주택가를 활보한다. 심지어 떼 지어 다니면서 주민들에게 심각한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급기야 이달 21일에는 멧돼지 공격을 받은 50대 여성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인명피해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수렵 전문가들로 하여금 멧돼지를 퇴치하도록 했으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 멧돼지 떼에 '화들짝'…사상자 발생

24일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멧돼지의 도심 출현 건수는 789건(부상자 1명)이다.

2013년 517건(부상자 9명)과 비교해 약 65% 증가했다.

포획된 개체 수로도 2013년 176마리에서 2014년 383마리로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건수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도심을 활보하는 멧돼지가 빈번하게 목격된다.

지난 3일 새벽 서울 강동구청에 멧돼지 7마리가 무리를 지어 도심을 돌아다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포획에 나선 구청 직원들은 2마리를 잡고서 사흘 후인 5일 오후 2마리를 추가 포획했다.

5일 오후 8시께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공원에서는 멧돼지 4마리가 나타나 3마리가 사살됐다.

22일 전북 익산의 한 아파트 단지에도 멧돼지 한 마리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과 소방당국이 1시간 동안 일대를 수색하는 일이 빚어졌다.

갑자기 출현한 멧돼지에 시민이 다치거나, 습격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 6일 오후 8시께 강원 춘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주민 김모(36)씨는 멧돼지를 피하려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얼굴 부위를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21일 오전 2시 50분께 서울 강동구 아파트 단지 주변에 나타난 멧돼지에 양모(22·여)씨가 부딪쳐 손목과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다.

같은 날 오후 경북 군위군의 한 야산에서 산행하던 이모(57·여)씨는 멧돼지에게 허벅지와 종아리를 물려 병원 치료를 받던 중 다음 날 과다출혈로 숨졌다.

◇ 도시 산림에 사는 멧돼지 '증가'…겨울 나기 식량 찾아 '도심으로'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우리나라 멧돼지 서식 밀도는 2008년 4.1마리, 2010년 3.5마리, 2012년 3.8마리로 증감하다가 지난해에는 4.3마리로 늘어났다.

아직 별도로 파악된 도심 서식 밀도는 없다.

그러나 위성도시 개발 등 탓에 도심에 유입되는 멧돼지가 증가함에 따라 서식 면적이 작은 도심 산림에 서식하는 멧돼지 수가 늘었을 것으로 국립생물자원관은 추정한다.

한 관계자는 "현장 모니터링 결과 북한산 등 도시에서 사는 멧돼지 자체 번식으로 개체가 증가했고, 어린 개체가 독립하고서 갈 수 있는 서식처가 부족하다 보니 도심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생물자원관 한상훈 박사는 멧돼지에게 가을철(10∼11월)은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먹이활동이 가장 활발한 때인데, 개발 탓에 산림지역이 황폐화돼 먹을거리가 부족하다 보니 도심으로 내려온다고 말했다.

한 박사는 "멧돼지 번식 시기를 보면 주로 5월에서 6월 사이에 새끼들이 태어난다.

새끼 멧돼지들은 겨울 전에 몸에 지방을 축적하려면 지금 시기에 평소보다 30%는 더 많은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면서 "먹이활동은 늘어나는데, 서식지에 식량이 부족하니 민가에 출몰한다"고 설명했다.

◇ "맞닥뜨리면 재빨리 몸 숨겨야"…지자체, 사냥꾼 불러 대비

멧돼지 피해에 일부 지자체는 수렵면허증을 소지한 민간인으로 구성된 '유해야생동물 피해방지단'을 운영한다.

경기도 환경국 관계자는 "구조대원이나 공무원 외에도 전문 엽사를 투입해 효율적으로 멧돼지를 포획하고자 관련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의정부시는 올해 말까지 시 전 지역을 대상으로 멧돼지 전담 기동포획단을 운영한다.

서울 강동구도 전문 엽사를 동원해 주요 멧돼지 주요 출몰지역을 상시로 순찰한다.

멧돼지 50여 마리가 서식하는 북한산국립공원은 탐방로 초입부터 '산에서 멧돼지를 만나면', '멧돼지 출현 주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서울 명일근린공원도 멧돼지 주의 현수막을 설치했다.

길을 걷다가 혹은 산행 중 멧돼지를 맞닥뜨리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환경부의 '멧돼지 발견 시 상황별 행동요령'을 보면 등산객은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대신 주변 나무나 바위 뒤에 몸을 숨겨야 한다.

도심 보행자도 갑자기 움직이는 행동으로 멧돼지를 흥분시키지 말고 신속하게 112나 119에 신고해야 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멧돼지와 직접 마주칠 경우 큰 소리를 내면 멧돼지가 놀라서 공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 멧돼지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등을 보이고 달아나는 등 겁먹은 모습을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일정 거리에서 멧돼지를 발견했다면 위협을 가하는 행동을 하거나 무리하게 멧돼지에 접근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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