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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타워] 광신과 야만의 이름 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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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4 22:06:00 수정 : 2015-11-24 22: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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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뜻 내세우는 전쟁은 광신일 뿐
종교의 가면 쓰고 문명사회에 도전
테러의 업보는 자멸… 결국 총칼로 망할 것
사람들을 산 채로 불에 태워 죽였다. 배설물이나 끓는 물을 목구멍으로 들이붓는 ‘스웨덴 음료’(Swedish drink)라는 고문도 주저하지 않았다. 독일 등 전쟁의 주무대 국가들은 인구의 25%가량이 희생됐다. 신교도(프로테스탄트)와 구교도(가톨릭)의 ‘30년 전쟁(1618-48)’은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할 수 있는지 보여준 대참사였다. 나와 종교가 다른 사람은 같은 하늘에서 숨을 쉬고 살아선 안 되는 존재였다.

이슬람교라고 다를까. 창시자 무함마드 사후 후계문제로 갈등을 겪다 661년 시아파, 수니파로 분리된 이슬람세계는 1400여년간 골육상쟁을 이어오고 있다. 같은 코란을 경전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김환기 국제부장
기독교와 이슬람교 모두 사랑을 가르친다. 성경이나 코란 어디에도 무고한 이교도를 살상하라는 구절은 없다. 광신자들의 그릇된 신앙이 종교를 욕되게 할 뿐이다. 기독교윤리학자인 박충구 교수는 저서 ‘종교의 두 얼굴 (평화와 폭력)’에서 “종교가 평화의 근원이 되기도, 폭력의 근원이 되기도 하는 모순은 인간 본성이 지닌 모순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했다. 권력과 물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평화를 위한 종교의 본질을 부패시키고 폭력적인 종교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종교의 가르침을 (진의와)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알카에다의 9·11테러, 발칸반도 인종청소 전쟁, 기독교·이슬람교의 십자군전쟁 등의 배경에는 종교가 똬리를 틀고 있다. 종교가 없었다면 결코 일어나지 않았을 사건들이다. 종교인들이 신의 이름으로 총과 칼을 들었고 비행기 테러를 저질렀다. 종교를 살상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이념으로 사용한 것이다. “선한 사람은 좋은 일을 하고 악한 사람은 나쁜 일을 한다. 그러나 착한 사람이 나쁜 일을 하려면 종교가 필요하다”는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의 말은 종교폭력의 정곡을 찌른다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중 조직원수, 자금, 잔혹성에서 역대 최강인 ‘이슬람국가(IS)’가 11·13 파리 테러를 저지르며 지구촌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이번 테러는 문명사회가 수호해야 할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개방사회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전쟁 행위’다. 수니파인 IS는 칼리프(최고지도자)가 통치하는 이슬람 신정국가를 전 세계에 건설하려는 헛된 야망을 꾸고 있다. IS는 “알라(하나님)는 위대하다”고 외치며 파리 테러를 저질렀다. 테러를 알라의 말씀에 따른 ‘성전(지하드)’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알라의 뜻과 거리가 멀다. 코란에는 적개심을 멀리하고 평화를 추구하라는 구절이 많다. “침략하지 말라. 하나님은 침략자를 사랑하지 않으신다”는 8장 61절이 대표적이다. “너희에게는 너희의 종교가 있고 나에게는 나의 종교가 있을 뿐이라”(109장6절), “종교에는 강요가 없나니….”(2장256절) 등 타 종교를 인정하라는 구절도 나온다.

이슬람교는 이렇듯 “자비와 평화, 관용의 종교”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IS는 알라의 가르침을 거스르는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질렀을 뿐이다. 반종교적 테러로 알라를 모독한 셈이다. 한껏 기세가 오른 IS가 또 얼마나 세계인들을 불안에 떨게 할지 걱정스럽다. IS의 공격 대상은 이교도에 국한하지 않는다. 시아파 등 10만여명의 무슬림이 IS에 의해 살해됐다는 통계도 있다. IS가 건재하는 한 지구촌의 평화는 요원하다.

시리아,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사사건건 충돌했던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영국 등이 모처럼 공동의 적을 ‘파괴’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원유 등 돈줄 차단과 대IS 지상전 참전이 급선무다. 다행히 미국이 특수부대원 50여명을 곧 시리아에 군사고문단으로 파병하고 러시아군도 시리아에서 지상전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강대국들의 결기가 예사롭지 않다. IS의 자업자득이다.

논어에 “폭력으로 복종시키는 자는 자멸한다”는 말이 있다. 국제사회의 공분을 자아내는 테러는 자신들의 멸망을 재촉하는 길임을 IS는 깨달아야 한다.

김환기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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