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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호의법률산책] ‘소유권 청구’에 얽힌 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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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4 22:04:36 수정 : 2015-11-24 22: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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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문제 가운데는 난제라고 불리는 것이 있다. 태풍으로 갑의 돌담이 무너져 이웃인 을의 토지로 쓰러진 경우, 갑의 빨래가 바람에 날려 이웃인 을의 정원에 떨어진 경우 갑은 돌이나 빨래를 되찾아올 수 있는가. 만약 갑이 되찾아 가지 않으면 을은 자신의 토지소유권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물건의 소유자인 을에게 찾아갈 것을 요구할 수 있는가. 또 찾아가는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예전에는 갑의 소유물반환청구권과 을의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이 모두 성립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하나의 사건인데도 누가 청구를 하는가에 따라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이 달라져서 문제였다. 갑이 소유물반환청구를 하면 을이 비용을 부담하는 반면, 을이 방해제거청구를 하면 갑이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래에 소유물반환청구권과 소유물방해제거청구권이 경합한다는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소유물반환청구는 물건의 점유자를 상대로 하는 것인데, 이웃집 주인 을이 갑의 물건을 점유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을에게 점유에 필요한 사실상 지배의사가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을이 갑의 물건이 어디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갑은 을에게 반환청구를 못하지만 을은 갑에게 방해제거청구를 할 수 있게 된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이로써 난제가 다 해결된 건 아니다. 문제는 을이 방해제거청구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을이 방해제거청구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갑은 자기 물건을 찾아올 길이 막막하다. 야구공 같은 물건이나 애완동물이 이웃집에 들어간 것은 맞는데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면 을에게 갖다 달라고 요청하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 갑이 을의 집에 들어가서 찾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보통 사이가 좋은 이웃집이라면 승낙을 받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가 이웃집과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웃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를 직접 다루는 규정이 법에 없어 문제다. 그래서 일부 학자는 민법의 이웃토지사용청구권을 유추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규정은 담이나 건물을 축조하거나 수선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이웃 토지의 사용을 청구할 수 있다는 취지이므로, 이를 근거로 이웃집에 들어간 물건을 수거하기 위해 수색하는 것까지 허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이런 문제가 꼭 이웃집 사이에서만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입법으로 해결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물건이 점유자의 지배를 벗어나 타인이 점유하는 부동산에 있게 된 경우에는 부동산 점유자는 정당한 이유가 없는 한 물건을 점유하던 자가 물건을 수거하는 것을 인용(認容)하도록 청구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하는 민법개정안이 마련됐다. 물론 부동산의 점유자는 수거로 인해 입은 손해의 보상을 청구할 수 있고,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면 급박한 경우 이외에는 담보가 제공될 때까지 수거를 거절할 수 있다. 법률의 해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마땅히 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다. 필요하면 언제든지 법을 개정할 수 있다는 것이 성문법주의의 장점이다. 개정안이 조속히 입법되기를 기대한다.

정병호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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