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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고 와인 1200병의 주인은 누구일까

입력 : 2015-11-25 18:49:40 수정 : 2015-11-25 22: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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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낼 돈 없다더니… 80억대 저택서 와인 1200병 '호의호식' /고액체납자 재산 은닉 백태
‘가마솥 아궁이에 숨긴 현금, 유령 외국법인 만들어 호화주택 취득, 타인 명의 미등록 사업장에 숨긴 고가예술품, 골프장 클럽하우스 금고에 숨긴 현금….’

돈이 없어 세금을 낼 수 없다고 버티던 고액체납자들이 남몰래 벌인 행각이다. 국세청은 25일 ‘2005년 세금 고액·상습체납자’를 공개하면서 체납자들의 온갖 ‘꼼수’와 이들의 재산을 끈질기게 추적한 사례를 소개했다.

국세청이 재산추적을 통해 찾아낸 고액체납자들의 숨겨진 재산. 소득세 등 수백억원을 체납한 중개업체 대표 이모씨가 호화생활을 즐겼던 서울 성북동의 시가 80억원대 저택(왼쪽 위)과 고급와인 1200병이 보관된 와인저장고(〃 아래). 93억원을 체납한 고미술품 감정·판매업자 김모씨가 숨겨둔 고미술품 500여점 중 일부(오른쪽 위·아래).
국세청 제공
개인 체납자 중에는 방위산업체 블루니어 전 대표인 박기성(54)씨가 대담한 수법으로 가장 많은 276억원의 세금을 떼먹었다. 공군 하사관 출신인 박씨는 2006∼2011년 총 243억원의 공군 주력 전투기 정비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다. 조세포탈 혐의로도 기소된 박씨는 이달 초 징역 2년6월에 벌금 47억원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신성엽(49)씨와 전 대동인삼 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용태(48)씨는 부가가치세 등을 각각 225억원, 219억원을 체납해 개인 2∼3위에 올랐다.

고미술품 감정·판매업자인 김모씨는 양도소득세를 줄여 신고하는 수법으로 93억원이 넘는 국세를 체납했다. 김씨는 본인이 운영하던 업체를 폐업하고 미술품들을 숨겨 놓은 채 차명으로 사업을 계속했다. 타인 명의로 고급 오피스텔을 빌려 호화생활을 즐겼다. 국세청 조사관들의 끈질긴 미행과 탐문 끝에 서울 종로구 사직동의 한 오피스텔에 마련해 둔 미술품 은닉장소가 들통나면서 김씨는 덜미가 잡혔다. 국세청은 김씨가 숨겨 뒀던 고미술품 500여점을 압류해 이 중 값비싼 것들을 중심으로 1차 공매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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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은 서울 강남의 여관건물을 매각한 뒤 양도소득세를 신고해 놓고 20억원을 체납한 조모씨가 지인 명의를 빌려 주택을 사들인 사실을 확인하고, 소송을 통해 체납액 3억원을 징수했다. 조씨가 건물 매각대금으로 아들 빚을 갚아준 사실도 확인해 아들에게는 증여세를 물렸다. 조씨 등은 검찰에 고발됐다. 부동산에 허위로 근저당을 설정해 놓고 법인세 등 12억원을 내지 않으려 한 윤모씨는 국세청 범칙조사를 받고 체납액을 모두 토해냈다.

법인부문에서는 씨앤에이취케미칼(대표 박수목)이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3가지 세목에서 490억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다. 에스에스씨피㈜(대표 오정현·체납액 403억원), ㈜피에이(대표 박국태·체납액 343억원)가 뒤를 이었다.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사업을 맡았던 ㈜파이시티와 ㈜파이랜드는 각각 182억원과 131억원을 체납했다. 파이시티는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9만6000㎡ 부지에 3조원을 들여 오피스빌딩, 쇼핑몰, 물류시설 등 복합유통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기획됐지만 이명박정부 실세가 연루된 사업 인허가 청탁비리 등 여러 스캔들에 휩싸인 끝에 좌초했다.

국세청 직원이 25일 발표한 ‘2015년 고액·상습체납자 2226명 명단’에 오른 한 체납자의 집 재래식 아궁이에서 돈뭉치가 든 가죽가방을 꺼내고 있다.(작은 사진) 이 가방에는 5만원권 등 5억원, 100달러짜리 외화 1억원 등 총 6억원 상당이 들어 있었다.
국세청 제공
국세청은 또 부가가치세 43억원을 체납하고 그린피를 현금으로 받아 체납처분을 회피하던 전북의 한 골프장을 기습적으로 수색했다. 그 결과 클럽하우스 사무실에서 2억원을 압류했다. 골프장 이용객이 몰리는 주말이 지난 뒤 월요일 금고에 현금이 가장 많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현장을 덮친 것이 주효했다.

국세청은 고액·상습체납자들이 은밀하게 숨진 재산을 찾아내려면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판단, ‘은닉재산 신고포상금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국세청 홈페이지나 콜센터(126번), 각 세무서에 신고하면 최대 20억원을 받을 수 있다.

세종=박찬준 기자 sky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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