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전두환·노태우도 ‘화합 행보’… 원망도 미움도 눈녹듯 사르르

입력 : 2015-11-25 22:09:02 수정 : 2015-11-25 23:20:3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넷째날 빈소 표정 영원한 이별 앞에서는 원망도, 미움도 부질없었다.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영결식을 하루 앞둔 25일. 하늘도 안타까운듯 종일 비를 뿌렸다. 날씨까지 쌀쌀해진 이날 오후 3시59분. 김 전 대통령 빈소가 마련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뜻밖의 조문객이 들어섰다. 김 전 대통령과 ‘35년 악연’을 지닌 전두환 전 대통령이었다. 구원(舊怨)이 풀리는 순간이었다. 마침 이날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재헌씨도 빈소를 찾아 김 전 대통령 아들 현철씨와 만남을 가졌다. 고인의 마지막까지 기리려는 문상객의 발길은 밤늦도록 이어져 나흘간 3만 5000여명을 넘어섰다.

◆전 전 대통령, 현철씨와 10여분 대화

전 전 대통령은 부인 이순자 여사 없이 홀로 빈소를 찾았다. 방명록에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라고 적은 뒤 분향을 마치고 내실에서 현철씨, 김수한·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과 10여분간 얘기를 나누었다. 상석에 앉은 전 전 대통령은 대화를 주도하는 모습이었다. 현철씨에게 “김 전 대통령 연세가 어떻게 되시는가”, “아프신 지 오래되셨느냐”고 물은 뒤 “애 많이 썼다. 연세가 많고 하면 다 가게 돼 있다”고 위로했다. 이어 “건강하게 살다가 자던 중 싹 가버리면(사망하면) 본인을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그 이상 좋은 일이 없다”고 말했다. 건강에 대한 질문을 받자 “나이가 있으니까 왔다갔다 한다”며 “담배 안 피우고 술 안 먹으니 좀 낫다. 담배는 옛날부터 못 피웠다”고 답했다. 담배를 피우면 두뇌활동에 장애를 받아 군대 근무때부터 아예 피우지 않았다고 한다. 전 전 대통령은 현철씨 나이를 묻거나 간간이 팔을 쓰다듬는 등 친근감을 표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아들 노재헌 변호사(왼쪽)가 25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에서 조문한 뒤 김 전 대통령 차남 현철씨를 위로하고 있다(왼쪽 사진). (위쪽 두번째 사진부터 시계방향) 정의화 국회의장, 박찬호 전 야구선수, 배우 신성일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날 빈소를 찾아 헌화를 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사진공동취재단
◆전 전 대통령 조문 의미… 재헌·현철 만남

전, 김 전 대통령은 생전 ‘악연’이었다. 김 전 대통령은 1983년 민주주의 회복을 요구하며 23일간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전 전 대통령 집권기간 내내 ‘민주화 투사’로 대항했다. 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주도한 ‘역사바로세우기’로 구속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전 전 대통령은 귀가할 때 취재진으로부터 ‘(조문이) 김 전 대통령과의 역사적 화해라고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지만 별다른 응답 없이 대기하던 차량에 올라탔다. 김 전 의장은 “전 전 대통령도 그냥 허례적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과 함께 구속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건강상 문제로 직접 조문하지 못하는 대신 아들 재헌씨를 보내 조의를 표했다. 노씨는 분향 후 현철씨와 인사를 나눴다. 노씨는 기자들에게 “당연히 와서 정중히 조의를 드리는 것이 도의라고 생각하고 아버님도 또 그렇게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 故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마련되어 있다.
이재문기자
◆정의화 급거 조문… 김무성 추도사

정의화 국회의장은 당초 26일 귀국하는 독일 방문 일정을 당긴 끝에 이날 빈소를 방문했다. 정 의장은 “생로병사는 어쩔 수 없지만 산업화를 통해 민주화가 될 수 있도록 한 이 시대의 영웅이 떠나 마음이 슬프다”며 “의회주의자인 고인의 서거가 여야의 정국경색이 풀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파비앙 페논 주한 프랑스대사도 빈소를 찾아 “프랑스는 위대한 민주주의 투사이자 프랑스의 친구를 잃었다”고 고인을 애도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최상순 한화그룹 부회장 등도 빈소를 방문했다. 세계일보 김민하 회장, 차준영 사장도 오전 중 빈소를 들러 고인의 넋을 기렸다.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과 황우석 박사도 빈소를 찾았다. ‘코리안 특급’ 박찬호씨와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 앞에 살던 ‘꼬마동지’ 이규희씨도 조문했다.

어둠이 내려앉으면서부터는 일반인 조문이 많았다. 김 전 의장은 “각진 것들이 하나하나 녹듯이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추도사를 통해 “김 전 대통령은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이분법적 사고로 표현할 수 없었던 큰 어른”이라며 “거인이 꿈꾸었던 세상, 거인이 만들고자 했던 대한민국을 우리 세대가 새롭게 만들어 가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YS의 ‘정치적 아들’이라며 나흘간 상주를 자처했던 김 대표는 조문을 정리하며 “김 전 대통령 재임 중 개혁, 업적에 대해 제대로 평가되지 못해 항상 죄인의 심정이었다. 저희가 개혁을 완성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