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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과학放談] ‘지옥의 에너지'가 된 화석연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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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6 21:55:44 수정 : 2015-11-26 21: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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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석연료가 토사구팽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석탄·석유·천연가스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지구를 뜨겁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동의 석유가 흉악한 테러 집단을 키워낸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화석연료를 원자력과 함께 지구 환경과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옥의 에너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화석연료가 골칫거리인 것은 사실이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화석연료를 생산·운송·가공·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가 심각하다. 그런데 화석연료의 정말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언젠가 지구상에서 고갈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셰일가스도 예외일 수 없다. 첨단 기술을 이용하더라도 고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실제로 화석연료의 고갈이 이산화탄소에 의한 생태환경 파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화석연료를 무작정 나무라기는 어렵다. 인간은 50만년 전 불을 사용하면서부터 다른 짐승과 차별화된 삶을 살 수 있게 됐고, 청동기와 철기도 불을 사용한 덕분에 개발됐다. 자유와 평등을 전제로 한 인권의 개념을 탄생시킨 18세기 산업혁명도 석탄을 연료로 사용한 결과였다. 석유와 천연가스가 없었다면 20세기의 산업화와 정보화 혁명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화석연료가 찬란한 인류 문명을 가능하게 만들어준 주역이었던 셈이다. 화석연료의 문명사적 가치는 분명 인정할 수밖에 없다.

환경 파괴와 자원 고갈을 포함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심각한 글로벌 이슈는 사실 화석연료가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공연히 화석연료를 의인화시켜서 책임을 떠넘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우리 자신의 무거운 책임을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 환경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졌어야 했고, 화석연료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했어야만 했다. 화석연료의 무절제한 남용이 환경과 우리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진작 깨닫지 못했던 우리 자신의 무지를 탓해야 한다.

태양광·풍력·수소·바이오매스와 같은 신재생 에너지가 ‘천국의 에너지’라는 환상도 경계해야 한다. 환경에 아무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영원히 지속가능한 에너지는 상상 속에서나 가능한 것이다. 천국의 에너지는 진시황이 찾던 불로초처럼 허황한 꿈일 수밖에 없다. 우주의 어디에도 공짜가 없다는 것이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만고불변의 진리다. 친환경으로 알려진 신재생 에너지도 사실 환경에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되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어렵게 개발한 원자력도 안심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더 이상의 실수는 용납될 수 없다. 친환경의 착각에 빠져 불필요한 낭비를 계속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화석연료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대체 에너지를 개발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합성섬유·합성수지·합성고무와 같은 화학제품 생산에 필요한 대체 소재도 개발해야 한다. 대체 에너지 개발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화석연료 소비의 절약과 효율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과학커뮤니케이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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