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사설] 우리에게 많은 숙제 남기고 역사 속에 묻힌 YS

관련이슈 사설

입력 : 2015-11-26 21:52:27 수정 : 2015-11-26 21:52:2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국가장 영결식이 어제 국회에서 엄수됐다. 김수한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민주주의와 민권을 위한 희생과 헌신의 삶이었다”며 “시련과 극복, 도전과 성취의 대한민국 헌정사 그 자체였다”고 했다. 국회의원 9선의 의회주의자인 고인은 생전 자신의 숨결이 배어 있고 민주화의 산실이었던 국회에 잠시 머물다 서울 상도동 사저를 거쳐 동작동 현충원에 안장됐다.

고인은 전 국민적 애도 열기 속에 우리 곁을 떠났다. 고인의 마지막 길은 구원과 정적도, 가해자와 피해자도 없었다. 영호남 지역과 세대도 가리지 않았다. 고인은 이 땅에서의 마지막 순간마저 통합과 화합을 실천하는 장으로 만들고서야 역사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고 김 전 대통령의 용기와 신념에 찬 삶은 이 땅에 남은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남겨주었다.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 “잠시 살기 위해 영원히 죽는 길을 택하기보다 잠시 죽지만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는 고인의 백절불굴 정신은 좌절과 절망에 빠져 있던 국민에게 희망의 등불이었다. 고인은 민주화를 이루고 문민정부를 출범시켰으며 군사정권의 잔재를 거침없이 척결하고, 공직자 재산공개와 금융실명제 도입 등 개혁의 실행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았다. 참모의 직언을 들을 줄 알고 유머의 소재가 될 만큼 인간적으로 소탈했다. 고 김 전 대통령은 현대 한국정치사의 큰 산임이 분명하다.

잘못도 적지 않다. 임기 말 IMF 경제위기를 불러 국민을 힘들게 했던 것은 뼈아프다. 칼국수를 먹으며 부패 척결을 강조했음에도 임기 중 자신의 아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나 그동안 과가 지나치게 부각돼 공이 저평가돼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 역사 속에 묻힌 만큼 공과에 대한 재평가는 보다 냉철하게 이뤄져야 한다.

고인은 떠났지만 그의 정신은 길이 남아 있다. 소통과 포용의 리더십, 독재와 투쟁하면서도 국회를 포기하지 않았던 의회주의 정신, 정치라이벌과 싸우면서도 협력했던 통 큰 정치는 영원한 귀감이다. 고인은 평소 “한국에는 통치가 있을 뿐 정치가 없다”고 말했다. 싸우더라도 상대의 퇴로를 열어주는 포용력과 의회주의의 복원, 피아를 구별하지 않고 폭넓게 인재를 등용하는 인사정책 등은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가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야당 정치인들도 소명의식 없이 ‘생계형 자영업자’라는 지적을 받지 않으려면 국회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 의회주의자의 뜻을 기리고 헌신과 희생정신을 실천해야 한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숙제를 남기고 홀연히 떠났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아인 '미소 천사'
  • 비웨이브 제나 '깜찍하게'
  • 정은지 '해맑은 미소'
  • 에스파 카리나 '여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