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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급여진료비' 병원마다 천차만별… 환자만 분통

입력 : 2015-11-27 19:15:31 수정 : 2015-11-28 00: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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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기준 없어 환자들 분통
#1. 탈모를 치료받기 위해 경기 부천시의 A병원을 찾은 김모(30)씨는 진료와 함께 두 달치 약을 처방받고 진료비 1만8000원을 냈다. 두 달이 지나 약을 다시 처방받기 위해 서울 종로구의 B병원을 찾은 김씨는 “같은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해야 한다면 약 처방을 길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병원은 “약 처방을 한 달 늘리는 만큼 1만원씩 더 내야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동일한 탈모약에 대한 처방전을 받는 거라, 의사와 상담하는 데 1분도 걸리지 않았다”며 “똑같은 약을 처방해 주면서 기간에 따라 돈을 더 받는 건 이상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 덧니가 심각한 이모(25)씨는 서울 종로구의 C치과에서 교정을 권유받았다. C치과는 이씨에게 초기비용과 더불어 매월 5만원씩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씨가 치료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C치과는 매월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를 7만원으로 올렸다. 이씨는 “이미 C병원에서 엑스선 촬영과 교정기 제작 등 초기비용으로 300만원을 넘게 냈는데 월 진료비가 올라버렸다”며 “다른 병원으로 옮기기도 어려워 마지못해 다닌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탈모나 치아교정처럼 건강보험 급여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의 기준을 병원들이 제멋대로 정하고 있다. 정작 환자들이 비급여 진료비 기준을 알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27일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거나 필수 기능 개선 목적이 아닌 치료 등을 비급여 진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탈모나 코골이, 치아교정, 예방검사 항목 등이 포함된다.

지난 7월 건강보험심사평과원이 비급여 진료비용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수면내시경 진료비가 가장 낮은 병원은 2만원에 불과했지만 가장 높은 병원은 23만원에 달했다. 같은 진료에 대한 비용이 병원에 따라 11배 이상 차이난 셈이다. 갑상선 초음파검사의 경우에도 진료비가 가장 낮은 병원은 6770원이었지만 가장 높은 곳은 18만7000원에 달했다.

현행 의료법상 환자의 알권리와 의료기관 선택권의 보장을 위해 비급여 진료비용 등을 병원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게시하도록 되어 있지만, 환자들이 병원마다 다른 비급여 진료비를 사전에 파악하고 방문하기란 쉽지 않다. 진료비를 고지한 병원은 900여개 종합병원에 불과하고, 설령 비급여 진료비가 고지돼 있더라도 시행 횟수나 범위, 치료재료 및 약제에 따라 별도로 산정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심장 초음파검사를 받은 박모(51)씨는 “처음 진료받은 병원에서 검사까지 받았는데, 진료비 26만원 중 비급여 진료비가 23만원이나 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며 “환자가 병원에 가기 전 비급여 진료비를 비교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고 하소연했다.

보건복지부는 비급여 진료비 제도 개선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타당성은 검토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환자의 알권리를 위해 비급여 진료비를 공개하는 법적 근거 마련은 고민한다”면서도 “의료기관마다 (수준의) 차이가 존재하는데 적정기준을 정하고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지 고려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의사협회 역시 부정적인 입장이다. 신현영 의사협회 대변인은 “비급여 부분은 공적인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경제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며 “급여가 아닌 비급여를 통제하고 조정하려는 것은 비급여라는 개념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더라도, 현재로서는 시장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은경 경실련 사회정책팀장은 “환자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치료에 대해 급여와 비급여 중 선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장 결정에 맡기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금처럼 시장경제에 맡겨진 상태라면 (적어도) 체계적인 가격비교가 가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성 기자 kusu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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