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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호의경제라운지] 코우즈 정리와 자원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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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7 22:13:36 수정 : 2015-11-27 22: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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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이론 중 ‘코우즈 정리’는 미묘하면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어 입사 시험문제로도 자주 출제되고 있다. 이 이론의 정확한 의미와 올바른 적용 방법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아 코우즈 정리의 적용 주장에 오류가 발견되기도 한다.

코우즈 정리는 199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시카고대 로날드 코우즈 교수가 주장한 것으로 외부효과가 존재하는 경제에서의 자원배분을 다루고 있다. 이 정리의 내용은 외부효과가 존재하는 재화에 대해서도 재산권이 잘 정의돼 있고 이해당사자 간에 효율적인 협상이 가능하다면 이 재산권의 배분은 최종적인 재화배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
여기서 외부효과란 공해 문제처럼 개인의 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의미한다. 흡연은 흡연자에게는 효용을 주는 동시에 주위 사람에게 간접흡연의 폐해를 주는데, 이것이 외부효과이다. 재산권이란 재화에 대한 처분의 권리를 의미한다. 흡연에서 외부효과가 발생하는 것은 주위의 공기를 통해서인데, 흡연자가 공기를 오염시킬 권리를 갖고 있는지 혹은 비흡연자가 공기를 깨끗이 유지할 권리가 있는지가 재산권의 배분에 따라 달라진다. 효율적인 협상은 이러한 권리를 거래할 때 지연이나 손실 없이 흥정을 하게 만드는 제도를 의미한다. 협상에 참여하는 개인은 궁극적으로 자신의 후생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상대방뿐만 아니라 자신도 해치는 행위를 하기도 하는데, 이런 행위는 협상을 비효율적으로 만든다.

코우즈 정리는 잘 정의된 재산권이 누구에게 주어지든지 효율적인 협상이 가능하다면 가장 바람직한 자원배분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가령 흡연자가 흡연으로부터 얻는 효용이 10이고 비흡연자가 흡연으로부터 겪는 괴로움이 15라고 가정하자. 만일 흡연자가 공기에 대한 권리를 갖고 있다면 그는 주위 사람을 신경 쓰지 않고 담배를 피울 권리가 있는 셈이고, 반대의 경우에는 담배를 피울 수 없다.

그런데 흡연자가 흡연권을 갖고 있더라도 비흡연자는 흡연자에게 10이라는 보상을 해주고 담배피우는 권리를 산 후 흡연을 못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반대로 비흡연자가 권리를 갖고 있다면 흡연자는 15라는 대가를 주고 흡연의 권리를 사 흡연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드는데, 그 이유는 그가 흡연으로부터 얻는 효용이 10밖에는 안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초에 흡연에 대한 권리가 누구에게 주어져 있든 흡연권에 대한 협상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없어진다.

이 정리에서 가장 중요한 두 부분은 재산권을 정의하는 것과 효율적인 흥정제도이다. 현실에서는 재산권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쉽지 않다. 즉 운전자가 끼어드는 자동차에 대해 어느 정도의 양보를 해야 하는가는 명확하지 않다. 현실적으로 좀 더 어려운 부분은 효율적 흥정의 가능성이다. 흥정이란 서로 자신의 몫을 크게 하려는 싸움인데 많은 경우 자신이 갖지 못하는 몫을 상대방에게 주지 않기 위해 자해행위까지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결국 코우즈의 정리는 이상적인 상태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최선의 것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정부와 같은 중재자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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