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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군(軍)불에 구워먹는 삼겹살… 장병들 "맛있어요"

입력 : 2015-11-28 13:38:29 수정 : 2015-11-29 12: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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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도 등장한 ‘삼겹살 데이’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가장 즐겨먹는 고기를 꼽으라면 단연 ‘삼겹살’을 으뜸으로 친다. 불판에 삼겹살과 김치를 함께 올려놓고 구워먹는 그 맛은 일상에 지친 직장인들과 학생들에게 힘을 주는 ‘보양식’이다.

27일 9공수특전여단에서 열린 `삼겹살 데이`에 참석한 병사가 삼겹살을 굽고 있다. 
사진=국방부
일상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삼겹살이지만, 군에 입대하면 사정이 다르다.

부대에서 정한 메뉴에 따라 하루 세 끼의 식사가 제공되는 군의 특성 상 삽겹살이나 항정살, 양념갈비 등 개인의 기호에 맞춘 음식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군의 식단이 맛보다는 열량과 체력 보충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살기 위해’ 급식을 먹었다는 예비역들의 회고담을 쉽게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신세대 장병들의 입영으로 과거의 식단이 외면당하자 군 당국은 식재료 검수 강화, 식단 개선, 급식비 인상 등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 군대에도 등장한 ‘삼겹살 데이’

지난 27일 육군 9공수특전여단에서 열린 ‘삼겹살 데이’ 행사는 군 급식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정책의 일환이다.

과거 군에서는 삼겹살을 부대 회식에서만 맛 볼 수 있었다. 평소에 먹기 힘든 고기를 먹기 위해 제대로 구워지지 않은 삼겹살도 먹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011년부터 매월 넷째 주 금요일에 삼겹살(제육볶음)을 메인메뉴로 편성하면서 이같은 모습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이날 장병들에게 제공된 메뉴는 삼겹살 구이였다. 삼겹살과 쌀, 버섯, 상추, 김치 등 식재료는 모두 국산으로 농산물 규격 기준으로 ‘상’ 상품이었다.

장병들은 평소에도 많은 훈련을 실시하기 때문에 일반 성인 남성보다 많은 열량을 소모한다. 그 중에서도 특전사 대원들은 강도 높은 특수훈련을 소화해야 하므로 열량을 효과적으로 보충해줄 수 있는 육류는 ‘최고의 음식’이다.

장병들은 삼삼오오 둘러앉아 삼겹살과 소시지를 구워먹으며 오랜만에 긴장을 풀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몇몇 장병들은 밝은 표정으로 사진촬영에 응하기도 했다.


삼겹살을 먹고 있는 9공수특전여단 장병들이 사진촬영에 익살스런 포즈로 응하고 있다. 


‘삼겹살 데이’를 즐긴 장병들은 군의 급식 환경 개선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9공수특전여단 소속 정준용 일병(20)은 “입대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군대 밥이 훨씬 맛있다. 규칙적으로 식사를 할 수 있고, 영양도 골고루 섭취할 수 있어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날 삼겹살 데이 행사에는 부대에서 군 복무 중인 아들을 둔 부모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1980년대 중반 전투경찰로 복무했다는 정 일병의 아버지 정태성(53)씨는 “아들이 복무하는 환경을 보니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발전했다”며 “내가 복무할 때는 삼겹살을 급식으로 먹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일병의 어머니 박홍란(54)씨도 “이제 아들이 군에서 뭘 먹는지는 걱정 안해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양사인 허성자(54)씨도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는 무엇을 먹고 지내는지가 제일 걱정”이라며 “민간 식당보다 훨씬 좋은 국내산 재료를 가지고 위생적인 환경에서 조리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박병기 국방부 군수관리관은 “군에 있어 급식은 장병들의 사기와 전투력을 결정하는 승리의 조건 중 하나”라며 “군은 급식 정책의 중심을 ‘양’에서 ‘질’로 옮겨 영양분이 풍부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軍, 알레르기 표시·전문조리병 선발 실시

군 당국은 장병들의 기호에 맞는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우선 2012년부터 매년 5.5%씩 인상중인 장병 1인당 급식비를 2020년까지 1만원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다.

또한 올해부터 장병 건강 증진을 위해 계란, 우유, 메밀, 땅콩, 대두, 밀, 고등어, 게, 새우, 돼지고기, 복숭아, 토마토, 아황산류 등 13가지 품목에 대해 ‘알레르기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다.

알레르기가 있는 장병이 이를 보고 반찬을 가려 먹도록 하기 위한 제도로써, 지난해부터 활동중인 ‘장병어머니 급식모니터링단’의 제안에 따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장병 건강 증진을 위해 새우 가루와 같은 천연 조미료 사용을 확대하고 밥에 섞는 보리, 콩, 조와 같은 잡곡을 작년의 3.8g에서 올해는 6.6g으로 늘렸다.


27일 삼겹살 구이와 제육볶음을 먹으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9공수특전여단 장병들. 사진=국방부


또한 장병 식단에 오르는 원재료는 국내산을 사용하며, 납품 단계에서 철저한 검수를 통해 식중독 등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삼겹살 데이’를 급식에 반영해 월 1회 표준식단에 반영중이다. 제공되는 삼겹살은 100g을 기준으로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를 달성한 부대 등은 최대 300g까지 급식이 가능하다.

부대의 취사를 담당하는 조리병 역시 기술행정병으로서 모집을 통해 선발하며, 자격증이나 면허를 소지한 사람 혹은 조리 분야 전공자를 우선적으로 선발하고 있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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