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상처를 파는 연예인…자학개그 향한 불편한 시선

입력 : 2015-11-29 10:45:39 수정 : 2015-11-29 11:10:1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자신의 아픈 상황을 개그로 승화해 웃음을 주는 '자학개그(셀프디스)'가 예능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자학개그가 반복될수록 피로감도 쌓여가고 있다. 

김구라는 지난 2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배우 김우빈과의 즉석 전화통화에서 "너도 결혼 잘 해야 해"라고 자학개그를 펼쳤다. 이는 아내가 진 수십억 대 채무로 인한 갈등으로 결국 이혼한 것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이다. 

김구라는 "얼마 전 내 가정사에 관련된 일이 있지 않았나? 그때 보도자료를 내가 직접 작성했다. 주변에서 듣기로 '보도자료를 깔끔하게 참 잘 썼다'고 하더라(11월18일 라디오스타)" "장윤정과 MC를 맡았다. 남을 위해 일생 소처럼 일한 두 사람이…(6월2일 TV조선 호박씨)" 등 각종 방송을 통해 자학개그로 자신의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개그화했다. 

김구라만의 돌직구 화법은 이혼 등 개인적 아픔을 얘기하는 데도 그대로 적용됐다. 사실 김구라와 같이 활발히 활동하는 예능인에게 관심의 초점인 가정사를 언급할지 여부는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 자학개그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구하는 방법일 수 있지만  자학개그의 남발은 가정사의 아픔을 지나치게 희화화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개인적인 아픔을 웃음으로 승화해야 하는 직업적 애환을 감안하더라도 자학개그로 인해 의도치 않게 입에 올려진 김구라의 전 아내 등 다른 가족이 받아야 할 상처를 생각하면 '자학개그'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다.
 
개그맨 윤정수 또한 자학개그를 통해 개인 파산의 아픔을 털어놓은 바 있다. 지난 9월23일 방송된 MBC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윤정수는 "개인 파산 때문에 법원에 출입하다보니 법에 관련해 전문가급이 됐다. 연예인분들 전화도 많이 온다" "제 파산 기사가 자꾸 나는데, 당시 씨름선수 윤정수씨가 장사 타이틀을 정말 많이 땄다. 내 기사를 아래로 내려가게 해줘 고맙다고 직접 전화를 걸었다" 등 개인 파산한 사연을 자학개그로 전했다. 최근 김숙과 가상부부로 출연 중인 JTBC '님과함께 시즌2-최고의 사랑'에서는 "돈이 없어서 마음이 아프다" 등 자신의 자산 상황을 빗댄 자학개그를 선보였다.    

'가벼운' 자학개그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개그맨 박성광은 13일 방송된 KBS 2TV '인간의 조건-도시농부'에서 작은 무를 뽑자 "이건 그냥 나 같다"고 말했고,  '웃음사망꾼' 별명이 붙은 박명수는 MBC '무한도전' 28일 방송분에서 "나 개그 사망했거든. 개그 사망"이라고 자학했다. 

연예인들의 자학개그가 거듭될수록 본질을 흐린다는 지적도 있다. 가수 예원과의 욕설논란으로 구설에 올랐던 이태임은 tvN 'SNL코리아'에 출연해 해당 사건을 빗댄 자학개그를 선보였다. 이로 인한 사회적 파장을 생각한다면 결코 코미디화할 수 없는 무거운 사안이지만 자학개그로 다뤄 사건의 본질을 희석했다는 비난이 일기도 했다. 자학개그를 통한 사과와 반성이 진정성있게 다가오지 않은 까닭이다. 자신의 아픔을 꺼내놓는 자학개그가 예능의 한 일부분으로 다뤄지면서 웃음을 위해 자극적인 이야기도 마다하지 않는 풍토 또한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 보여진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청아 '시선 사로잡는 시스루 패션'
  • 이청아 '시선 사로잡는 시스루 패션'
  • 김남주 '섹시하게'
  • 오마이걸 효정 '반가운 손 인사'
  • 손예진 '따뜻한 엄마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