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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칼럼] 창조센터를 매트릭스 조직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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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9 22:06:00 수정 : 2015-11-29 22: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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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창조센터)의 현재의 창업 지원 역할을 창업 벤처와 대기업 간의 매트릭스 조직화된 개방혁신장터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논어 자로편의 화이부동(和而不同)과 동이불화(同而不和)는 다르면 화합하고 같으면 불화한다는 의미인데, 바로 지금의 창조센터를 위한 구절이 아닌가 한다. 창조센터가 생태계에서 다른 조직과 역할이 다르면 정권을 넘어 발전할 것이고, 다른 조직과 역할이 동일하면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한 이치가 아닌가 한다. 그런데 지금의 창조센터 역할은 테크노파크, 액셀러레이터, 인큐베이터 등과 창업기업 육성이라는 측면에서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물론 지역에 따라 창업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한시적으로 창업 활성화를 선도할 수는 있으나, 본원적 의미에서 창조센터를 운영하는 대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창업에 취약한 조직으로 인지돼 있음을 잊지 말자. 이미 창업 자체는 액셀러레이터 등 기존의 창업 생태계에서 담당하고, 창업기업을 대기업과 연결하는 역할을 창조센터가 담당하는 구도가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물론 제한적 수준에서 시범 사업으로 창업 육성을 한시적으로 추진할 수는 있으나, 창업은 대기업의 핵심역량이 아니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이민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전자공학
이제, 창조센터의 역할이 상생형 인수합병(M&A)을 포함한 대기업과 창업 벤처의 개방혁신 창구로 전환된다는 가정하에 다음 지역과 업종의 한계를 극복하는 문제를 살펴보자. 지금 전국 17개 창조센터들은 각각 대기업이 지역과 업종을 특화해 운영하고 있다. 예컨대 효성은 전북과 섬유를 담당하고 삼성은 대구와 전자를 담당하는 일 차원적 구조로 조직화돼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상황은 전북에서만 섬유 창업이 나오고 대구에서만 전자 창업이 나오는 구조로 획일화될 수 없음은 자명할 것이다. 그래서 전국의 창조센터들이 2차원적인 매트릭스 조직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전국 17개 창조센터들은 지역과 업종이라는 17X17 매트릭스상에서 지역과 업종의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해야 전국의 다양한 창업 생태계를 연계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퇴색해 가기는 하나, 아직은 정보기술(IT) 강국이다. 정부 조직은 과도한 보안 규정 등으로 스마트 워크에 제도적 취약성을 보이나, 창조센터들은 IT로 연결된 매트릭스 조직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그러면 전국의 창업 생태계에서 육성된 창업 벤처들은 지역의 어느 창조센터를 방문하더라도 원하는 대기업과 M&A, 공동 개발, 시장 협력 등 다양한 개방혁신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는 창업 벤처만이 아니라 극도로 부진한 한국 대기업의 와해적 혁신을 촉발하게 될 것이다. 이미 다수의 창조센터장들은 창조센터가 창업자뿐 아니라 대기업을 위한 창구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기도 하다.

전국 창조센터의 매트릭스 조직화는 대한민국에 각종 문제의 원인이 됐던 분절화 현상을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우리는 기업 간 소통과 신뢰의 부족으로 엄청난 자원을 낭비하고 있었다. 개방 플랫폼은 상호 신뢰의 부족으로 붕괴하고 기업들은 각개 약진해 왔다. 건강 플랫폼, 영상 플랫폼, 전자책 플랫폼 등 창조경제의 근간이 되는 개방 플랫폼의 형성이 이를 통해 촉진된다면 한국 경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것이다.

대기업이 창업을 지원한다는 전 세계적으로도 특이한 한국의 창조센터들은 생각만 바꾼다면 창조경제 구현에 있어 세계적으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IT 기반의 매트릭스 조직화로 전국 전 업종의 창업벤처를 연결하는 개방혁신장터로 창조센터 역할 변경을 요구하는 이유다.

창조경제는 대기업과 벤처의 선순환으로 완성이 된다. 1차 한강의 기적을 이룩한 대기업이 벤처와 쌍끌이로 2차 한강의 기적인 한국의 창조경제를 완성하면 이는 전 세계 개도국의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다.

이민화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전자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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