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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지금] 美 정치권, 시리아 난민 수용 놓고 첨예 대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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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29 20:17:27 수정 : 2015-11-30 01: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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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제2 메이플라워 필그림” 공화 “난민 위장 테러범 유입”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와 텍사스주 오스틴의 시장들이 최근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겠다고 천명했다. 미국 연방정부의 난민 수용 원칙을 거부한 미시간 주지사와 텍사스 주지사의 반대편에 선 것이다. 추수감사절인 26일(현지시간)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시리아 난민을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도착했던 ‘순례자’에 비유하며 난민 수용에 방점을 찍었다.

이보다 엿새 앞서 발표된 워싱턴포스트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54%는 난민 수용에 반대했다. 난민 수용 과정에서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78%에 달했으며, 기독교도만 난민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은 18%에 불과했다. 이는 난민 수용 여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미국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백악관·민주당 VS 공화당·대다수 주정부

미국 사회가 시리아 난민수용 문제를 놓고 시끄럽다. 한쪽은 ‘불안 요소를 키울 수 없다’며 수용 불가를 천명하고, 다른 쪽에선 ‘인도주의적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논쟁의 전선은 정치 무대를 배경으로 강력하게 형성되고 있다. 소속된 당의 입장에 따라 민주당은 ‘수용’에, 공화당은 ‘수용 불가’에 방점을 찍고 있다. 여기에 행정부와 의회,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연방정부는 적극적인 수용 입장이지만, 주정부에서는 수용 반대 목소리가 더 거세다.

28일 현재 30개가 넘는 주정부들이 시리아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이는 주지사의 소속 정당 비율과 거의 일치한다. 미국 50개주 중 공화당 소속은 31곳, 18곳은 민주당 소속이다. 나머지 1곳인 알래스카주는 무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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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들도 이런 기조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은 테러 가능성과 주민 불안감을 언급하며 “난민을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벤 카슨, 마르코 루비오, 젭 부시, 칼리 피오리나, 테드 크루즈 등 공화당 후보들은 모두 강경한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이민자 출신인 루비오 후보마저도 공화당 내부의 분위기를 반영한 듯 시리아 난민 수용 불가를 외치고 있다. 일부 후보들은 통계 수치까지 오도하면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CNN 등 언론은 전하고 있다. 공화당 여론조사 1위 주자인 트럼프 후보는 지난달 오바마 정부가 20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려 한다고 주장했지만 잘못된 주장이었다. 그는 프랑스 파리 테러 다음날인 14일 텍사스주 유세에서도 “연방정부가 25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이려고 한다”며 숫자를 늘렸다.

이런 주장은 과장됐다는 게 백악관의 설명이다. 백악관은 2016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1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힌 상태다. 민주당 후보들과 인권단체 등은 난민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일례로 인권단체인 시민자유연합(ACLU)은 최근 시리아 난민 수용을 거부한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주지사를 제소했다. 이들은 난민 재정착은 연방정부의 결정 사안인데, 주정부가 독단적으로 이를 거부하겠다고 밝힌 것은 법률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복잡한 난민 수용·재정착 과정

난민을 비교적 많이 받아들이는 미국에서도 난민 수용 과정은 간단치 않다. 미국을 찾는 난민들은 신청에서 재정착까지 보통 12∼18개월을 보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난민은 출신 국가와 개인적 상황에 따라 소요 기간은 달라진다. 시리아 난민은 다른 국적 보유자보다도 더 오래 걸린다. 시리아 출신이 난민으로 재정착하기까지는 보통 2년이 걸린다는 게 국무부의 설명이다. 시리아 난민들은 미국의 테러범 유입에 대한 우려 때문에 엄격한 심사 과정이 적용된다. 다른 난민들에 비해 유엔을 통한 난민 등록부터 인터뷰를 거쳐 재정착 권고를 받기까지 거치는 과정이 복잡하다.

시리아 난민들은 다른 국적 보유자들에 비해 최소 3∼4단계 절차를 더 거치게 돼, 20단계 과정을 밟게 된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과정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일 연방의회 하원이 ‘외적에 대항하는 미국인 안전법’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하원은 찬성 289표, 반대 137표로 이라크와 시리아 출신 난민에게는 신원조회 과정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12월 초엔 상원에도 상정될 예정이다. 이 법안은 연방수사국(FBI)과 국토안보부, 국가정보국(DNI) 등 3개 부서가 모두 안전하다고 확인한 사람만 받아들이자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더라도 백악관이 거부할 것이 확실하지만 최소한 논란은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공화당 소속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 법안으로 백악관이 지난 9월 발표한 시리아 난민 1만명 수용 계획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은 새로 추가되는 심사과정은 현실적이지도 않고, 실행가능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난민에게 희망을 주는 지역

그럼에도 시리아 난민들은 미국 재정착 희망을 이어가고 있다. 내전이 발생한 2011년부터 지난 11월 20일까지 미국에 재정착한 시리아 난민은 2290명이라는 게 국무부의 공식 입장이다. 이중 2.7%인 62명만이 기독교도이며, 수니파 2128명을 비롯해 나머지 대부분은 무슬림 난민이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케네스 폴락 연구원은 “시리아 난민들 중 수니파 출신이 많은 것은 이유가 있다”며 “시리아 자체가 수니파 출신이 많고, 내전 발발로 일부 지역을 차지하게 된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잔학성 때문에 많은 무슬림들이 조국을 등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리아 난민들은 미국 50개주 중 미시간·일리노이·펜실베이니아·캘리포니아주 등을 선호한다. 일례로 펜실베이니아 앨런타운은 시리아 출신 거주민이 제일 많은 곳으로 꼽힌다. 이곳 난민들 다수가 기독교도이지만 시리아 공동체가 형성돼 있는 장점 덕분에 난민 유입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시리아 출신 난민의 재정착을 돕는 비정부기구는 ‘월드 릴리프’(WR) 등 9개에 달한다. WR의 매튜 수렌 대변인은 “난민들이 재정착할 때 미국 거주 친척의 유무와 이들의 거주지를 최우선적으로 참고한다”며 “친척이 없는 난민은 직장을 구할 가능성과 시리아 공동체 형성 여건 등을 고려한다”고 설명했다. ‘난민·이민 위원회’의 스태시 블레이크 소장도 “난민의 재정착 거주지 선정에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으며, 난민들이 친척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해 거주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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