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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영해수호·관광 '일석이조'… 21세기의 청해진

입력 : 2015-11-29 19:12:28 수정 : 2015-11-29 20: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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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t급 크루즈선 동시 계류
방파제 따라 올레길로 이어져
7기동전단·잠수함 전대 배치
北 침투 차단·이어도 방어 역할
낮게 깔린 쟂빛 구름은 금세라도 비를 뿌릴 듯 잔뜩 찌뿌려 있었고 파도는 갈수록 사나워졌다.

완공을 눈앞에 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1공구 항만공사 현장을 찾은 건 지난 25일. 15만t급 대형 크루즈선 2척의 동시 계류가 가능한 외곽방파제의 규모는 실로 엄청났다. 국내 항만에서는 보기 힘든 ‘케이슨’ 공법을 동원해 길이만도 1.5㎞에 달했다. 방파제 너머로 드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방파제 안쪽으로는 구름에 가린 한라산을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산방산이, 동쪽으로는 표선 제주민속촌 앞바다까지 한눈에 180도 조망이 가능했다. 바다에 나가서나 감상할 수 있는 제주의 경관을 육상에서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공사 중인 제주해군기지가 눈에 들어온 것은 그다음이었다.

현재 제주도 북쪽에 있는 제주항에는 8만t급 정도의 크루즈선이 진입할 수 없다. 반면 제주민군복합항이 완공되면 초대형 크루즈선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된다. 해군 관계자는 “22만t급 크루즈선도 계류할 수 있다”며 “국제선사 2∼3곳이 크루즈 관광을 염두에 두고 기지를 방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제주 관광의 새로운 명물로 만들겠다는 계획 때문인지 이곳 방파제는 다른 해군기지와는 외관부터 달랐다. 방파제 기둥은 웅장했고, 천장은 형형색색의 타일로 치장된다. 크루즈선에서 내린 관광객은 이곳에서 버스를 타고 크루즈 터미널로 이동해 제주도 관광을 시작하게 된다. 방파제 위로 난 관광객 통행로는 ‘제주 올레길’과도 이어진다. 해군이 이 방파제를 ‘해상 올레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인근 중문관광단지와는 자동차로 불과 10∼15분 거리에 있다.

내년 초 완공을 앞둔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전경. 49만5000㎡(15만평) 규모로 현재 94% 공사 진척률을 보이고 있다. 대형함정 부두에는 해군의 7600t급 이지스 구축함 ‘서애류성룡함’과 4400t급 구축함 ‘대조영함’이 나란히 정박해 있다.
해군 제공
제주민군복합항은 해군에게는 21세기 청해진이나 다름없다. 유사시 동·서해 최전방 해역으로 신속하게 전력을 투입하고 북한군 함정이 배후로 침투하는 것을 손쉽게 차단할 수 있다. 과거 제주도 공해상에는 북한군 공작모선과 잠수함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기지가 완공되면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제주도 남쪽 해역의 주권도 더욱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게 된다. 전략적 가치가 큰 이어도를 방어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지스 구축함이 순항 속도로 기동할 때 부산작전기지에서 이어도까지는 13시간이 걸리지만 제주해군기지에서는 4시간이면 충분하다. 해군은 다음달 1일 제주해군기지 경계와 군수지원 임무를 담당하는 제주기지전대를 창설하고 부산 7기동전단과 진해 잠수함전대를 이곳에 배치할 계획이다.

아쉬움도 있다. 제주민군복합항은 해안가에서 돌출돼 있다. 군사전략적 측면에서 은폐나 엄폐가 불가능한 곳이다. 해군 고위관계자는 “이미 다 지난 일이지만 군사적 측면에서 인근 화순항을 선택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미련이 남는다”고 말했다.

서귀포=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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