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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YS 서거… 美 전직 문화와 공인의 자세

입력 : 2015-11-29 22:41:22 수정 : 2015-11-30 01:4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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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정치 현실에
YS 남긴 메시지 추모
퇴임 후 더 사랑받는
美 카터 대통령 사례
역대 통치권자 경험
국가적 자산 활용을
시간의 권력은 강하다. 만능형이기도 하다. 지우개처럼 잊게 만들고, 재생기처럼 과거를 불러내기도 한다.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서거만 해도 그렇다. 문민시대를 연 YS는 거대한 산의 이미지로 추모됐다. 그의 업적들은 대개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시대의 화두였다.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저서 제목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는 어쩌면 평생의 라이벌 YS에게도 어울리는 제목이다.

사람들은 YS가 화해와 통합의 메시지를 남기고 떠났다고 평가했다. 외환위기 초래 등의 비판 목소리는 서거 국면에서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대신 개혁 정책에 대한 찬사가 이어졌다. 망자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그중의 하나가 정치 환경 때문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의 척박한 정치 현실이 YS의 과거를 ‘오래된 미래’로 불러냈다는 이야기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YS가 남긴 ‘미래’는 아마도 1주기부터 해마다 색감의 농도를 달리할 것이다. 국가적 위기상황에라도 봉착한다면 YS의 이름은 더 자주 크게 불릴 것이다. 눈 내리는 날 ‘기억의 강’으로 건너간 YS는 남들에 비해 결코 빨리 떠난 게 아니지만, 많은 이들은 이를 미처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 부친의 유별난 사랑을 받았다는 차남 김현철 고려대 지속발전연구소 연구교수도 이를 확인해 줬다. 그는 어느 때처럼 부친이 병원 진료 후 상도동 자택으로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준비 없는 이별’이었다는 이야기다.

YS는 덜 했지만 역대 대통령의 생애는 극적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회한을 많이 남겼다. 이들인들 허둥지둥 떠나고 싶었겠는가. 이러한 인생 마무리에는 우리의 고단한 현대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최선의 후보를 지도자로 선택하지 못했던 경험에다가, 정치적 반목의 행태가 결합돼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선진국이라고 해서 정치적 반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 워싱턴에서도 유권자들의 정치불신 현상은 느껴진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도 유권자들이 워싱턴 외부의 ‘아웃 사이더’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짙다.

그럼에도 미국인들은 현명하다. 정치인과 유권자들은 반목하면서도 통치권자의 경험을 국가적 자산으로 활용한다. 현미경 같은 검증을 통과해 당선된 통치권자는 물러나더라도 국민적 책임을 다하며 생활한다. 퇴임해서도 자신에게 생긴 조그마한 질병도 밝힐 정도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94년 공개 편지에서 “알츠하이머(치매) 진단을 받았으며, 인생 마지막을 향해 간다”는 내용을 공개했다. 그가 10년 동안 투병한 뒤 2004년 서거하자, 미국인들은 눈시울을 붉혔지만 당황해하지는 않았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최근 “수술 도중에 암이 몸에 전이됐다”고 알렸다. 잘못되면 숨질 수도 있다는 암시가 가능한 메시지였다. 전직 대통령만이 아니다. 한국계 아내를 둔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지난 16일 항암 완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발병 사실을 인지한 지난 6월 림프종암을 앓고 있다고 공개하며, 주정부 운영에 차질을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내 현실은 달랐다. 이런 문화는 고사하고 비명에 세상을 뜬 통치권자도 있었고, 통치 기록 공개를 요구하는 국민적 주장에도 묵묵히 떠난 전직 대통령도 있었다. 이제는 세 명의 전직 대통령이 생존해 있다. 이들이 YS보다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가능성은 없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오히려 큰 상처를 줬던 기억이 더 많다. 지도자였다면 직접적인 발표의 형식으로 국민의 응어리를 풀어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통치기록과 과거의 행적은 물론 현재의 진찰 기록까지도 공개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유권자에 대한 공인(公人)으로서의 의무이기도 하다. 역으로 유권자들도 전직 대통령의 공과를 냉정히 인정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문화의 축적은 시간이 아니라, 기록과 철학이 권력이 되게 한다. 그게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이어야 한다. 재임 당시보다도 퇴임 이후 더 조국의 이름을 알리며 사랑을 받고 있는 카터 대통령의 사례가 한국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박종현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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