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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우민호 감독에게 듣는 ‘내부자들’ 뒷이야기

입력 : 2015-11-30 17:41:35 수정 : 2015-12-01 08:5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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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부자들’로 하반기 영화계 흥행돌풍을 가져온 주인공 우민호 감독은 스스로를 ‘지독한 영화광’이라 칭했다. 학창시절 수도 없이 돌려본 비디오테이프들과 함께 시작된 할리우드 키드의 꿈. 그는 연출자가 아닌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자신이 보고 싶은 것들을 스크린에 담아냈고, 그런 노력은 상업영화계에 첫 발을 내디딘 지 5년 만에 비로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영화 ‘내부자들’이 개봉 11일 만에 350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청소년관람불가 영화 사상 최단기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영화가 완성된 지 꽤 시간이 지나서야 개봉할 수 있었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힘과 에너지를 관객들은 외면하지 않았다. 이는 물론 감독의 땀과 노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계 안팎에 “이제야 제대로 된 정치영화 한 편 만났다”는 극찬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민호 감독을 만나 ‘내부자들’ 제작과정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원작의 테두리 안에서 자유로웠다

‘내부자들’이 윤태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우 감독은 웹툰의 판권을 사들인 제작사 대표로부터 연출 제의를 받고 이것저것 따져볼 새도 없이 수락했다고 했다. 원작이 가진 에너지가 워낙 폭발적이라 감독이라면 누구나 탐낼 만했다. 보통 원작이 존재하는 영화작업은 창작자에 못지 않는 연출자의 고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 감독은 원작이 있어 오히려 편했다고 말했다. 원작이 가진 힘과 색깔이 분명했기 때문에 고민할 게 그리 많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한 마디로 (연출) 안할 이유가 없었죠. 원작이 가진 에너지가 셌고 메시지도 통렬했으니까. 그래서인지 ‘미완결’인데도 불구하고 연재가 중단된 이후의 스토리나 캐릭터를 만드는 데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어요. 윤태호 작가는 감독에게 왈가왈부하지 않는 스타일이에요. 제게도 ‘어차피 중단된 작품인데 알아서 하시라’고 하더군요. 연재가 중단되는 바람에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은 점 또한 제게 자유를 줬어요. 원작이 ‘이끼’나 ‘미생’이었다면 그런 자유를 느낄 수 있었을까요?(웃음)”

# 3시간40분짜리 감독판에 대한 생각 

현재 관객들과 만나고 있는 ‘내부자들’의 러닝타임은 130분. 그런데 처음 편집을 마쳤을 때는 3시간40분의 방대한 분량을 자랑했다고. 극장에 걸려 대중과 만나는 만큼 상업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 아래, 기존의 캐릭터 중심에서 사건 중심으로 짧게 재편집이 이뤄졌다.

배우 이병헌 역시 인터뷰에서 편집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 바 있다. 캐릭터 버전이 스토리가 더 깊고 풍성했기 때문이다. 인물간의 관계를 설명하는 데에도 캐릭터 버전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우 감독은 “제작사, 투자사, 그리고 저까지 모두 캐릭터 버전을 좋아했다”며 ‘감독판’ 제작에 대한 의향을 드러냈다. 물론 ‘단,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면’이라는 조건이 따라 붙었지만.

#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

영화 ‘내부자들’의 흥행요인이라면 ‘대사’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대중은 개, 돼지입니다” 같은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의 대사는 전적으로 우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윤 작가의 원작에는 우회적이고 고급스러운 대사가 많다면 영화에는 좀 더 쉬운 표현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대중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사를 만들 땐 많은 고민이 따랐다.

“(개, 돼지 대사 때문에) 혹여나 관객이 불편해 하시지는 않을까 걱정됐어요. 그런데 한편으론 누구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잖아요. 다소 불편할지는 몰라도, 결국 공감을 자아낼 거란 믿음이 생겼죠.”



# 이병헌의 연락, 로또 맞은 기분

프리 프로덕션 단계서부터 우 감독에게 따라 붙은 수식어가 있다. ‘배우 복 많은 감독’이 그것이다. 할리우드가 알아본 스타 이병헌을 비롯해 조승우, 백윤식, 이경영, 김홍파, 김대명, 배성우 등 연기파 배우들이 이 영화에 총출동했다. 과연 그런 수식어가 붙을 만했다. 우 감독에 따르면 캐스팅 과정 역시 수월했다. 모든 것은 이병헌의 연락에서 비롯됐다.

“이병헌씨는 절대 안할 줄 알았어요. ‘설마 나와 함께 하겠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안상구가 된 그의 모습을 제가 정말 보고 싶었던 거예요. 그렇게 시나리오를 보내고 기다렸는데 단 3일 만에 그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그때 마치 로또 맞은 기분이랄까. 아무런 역경 없이 캐스팅이 술술 풀리니까 머릿속이 다 멍해지더라고요.”

# 조승우, 삼고초려 끝에…

반면 조승우의 섭외는 어려웠다. 3번의 거절과 3번의 설득 끝에 이뤄진 극적인 캐스팅이었다. 우 감독은 무엇보다 ‘이병헌과 조승우의 조합’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런 그의 염원을 알아차렸는지 크랭크인 직전 조승우가 연락을 해왔다. 우 감독은 “조승우씨 캐스팅은 화룡점정이었다”며 그가 연기한 우장훈은 가장 애정을 쏟은 캐릭터였다고 고백했다.

“우장훈 검사는 다름 아닌, 제가 만들어낸 캐릭터거든요. 성을 저와 같은 ‘우’씨로 할 정도로 애정이 깊죠.(웃음) 처음에 조승우씨는 검사 역할에 부담을 느꼈다고 했어요. 그런데 제가 확신을 가지고 설득을 하니까 ‘저 감독에게 뭔가 있나 보다’라고 느꼈나 봐요. 그렇게 이병헌과 조승우의 만남이 성사됐고, 현장에서 제가 느낀 에너지는 정말 굉장했어요.”

# 누구나 원하는 결말, 판타지라 해도 좋아

‘내부자들’은 우리 사회 깊숙이 거대하게 자리 잡은 시커먼 암 덩어리와 같은 존재들, 그리고 그 내부에서 균열을 가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원작이 미완결인 탓에 직접 결말을 써 넣어야 했던 우 감독이 진정 원하는 세상은 어떤 것이었을까.

“대부분의 사회 고발영화들은 거대한 권력 앞에서 결국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개인을 그리는 게 흔한 방식이에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극장을 나오면 다시 씁쓸한 현실과 마주칠지 몰라도 스크린에서 만큼은 그 시스템을 붕괴시켜 보자고 생각했죠. 이는 판타지일 뿐이라고 하셔도 좋아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우리 사회는 개개인의 힘이 모여 거대한 장벽을 무너뜨릴 때마다 발전돼왔다는 것. 그렇게 생각하면 단순한 판타지만은 아니지 않을까요.(웃음)”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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